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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전기 먹는 하마’ AI, 전력 수요 해결 못하면 '패권'도 없다

아시아투데이|아시아투데이|202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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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이 있다. 돈이 없으면 죄가 되고, 돈이 있으면 있던 죄도 없어진다는 냉혹한 현실을 빗댄 말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이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무전유죄(無電有罪)'. 전기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는 뜻이다.

전 세계가 AI 패권 경쟁에 뛰어든 지금, 기술 격차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산업 현장을 짓누르고 있다. 바로 전력이다.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수많은 서버, 데이터센터, 고성능 반도체가 쉼 없이 돌아가야 작동하는 '전기 먹는 하마'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AI 경쟁을 감당할 만한 전력 여력을 갖췄느냐는 질문 앞에서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산업계 위기감은 임계점을 넘어섰다. 가장 큰 문제는 전기료인데,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기업 유지를 침해할 정도까지 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AI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료를 낮게 유지하거나 대규모 보조를 통해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원가 상승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왔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산업계로 전가됐다.

경총에 따르면, 2022년 1분기부터 2024년 4분기까지 산업용 전기 요금은 kWh당 105.5원에서 185.5원으로, 75.8%(80원) 올랐다.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산업기반을 다시 만들려는 미국 역시 산업용 전기는 kWh당 121원 정도다. AI 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앞서고 있는 중국의 산업용 전기는 kWh당 129원이다.

올해도 전기요금은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낮에는 가격을 낮추고, 저녁에는 가격을 높이는 식으로 전기료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24시간 365일 쉼 없이 돌아가야 하는 산업 현장의 전기료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제련·철강·석유화학 같은 전력 다소비 업종뿐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핵심 반도체 기업들까지 전기요금으로 영업 이익의 상당수를 내야 하는 등 일부 업종은 적자로 돌아서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산업계는 이미 수차례 정부에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요청해왔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해 7월 경주에서 열린 '제48회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운영비의 85%가 전기료일 정도로 비중이 굉장히 크다"며 "AI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면 지금보다 전기료를 낮게 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정부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미 진행돼온 우리나라의 친환경 에너지 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규모·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한 대안은 원자력인데, 사회적 논쟁과 정책 방향성의 흔들림 속에 갇혀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AI 패권은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이 이미 선점했다. 따라가기도 어렵지만 지금이라도 쫓아야 한다. 이는 산업혁명 시기 증기기관을 놓친 국가가 도태될 때와는 다른 경쟁이기 때문이다. 뒤처지는 순간 경제적으로 종속될 뿐 아니라, 테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타국의 통제 대상이 된다. AI 시대, 기술도 아닌 전력 수요를 충족 못해 새로운 '디지털 제국주의'의 노예로 살지는 우리의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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