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공연장들이 '상주음악가(인 하우스 아티스트)' 제도를 통해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특정 음악가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어 연간 여러 차례 공연을 선보이는 이 제도는 콘서트홀과 예술가, 관객 모두에게 윈-윈 전략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롯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롯데콘서트홀은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아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했다. 조성진과 롯데콘서트홀의 인연은 각별하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직후 첫 국내 단독 리사이틀을 이곳에서 열었고, 2017년 개관 1주년 기념 무대에도 섰다.
조성진은 오는 7월 두 차례 공연을 연다. 14일에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악장 가시모토 다이신, 수석 클라리네티스트 벤젤 푹스, 한국인 최초 베를린 필 종신 단원인 박경민 비올리스트 등과 실내악 무대를 선보인다. 19일 리사이틀에서는 바흐 파르티타 1번부터 쇤베르크 피아노 모음곡, 슈만의 '빈 사육제의 어릿광대', 쇼팽 14개의 왈츠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2023년 11월 한국인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주음악가로 임명됐던 조성진이 한국에서 상주음악가로 활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호아트홀은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인 바리톤 김태한을 올해 상주음악가로 선정했다. 금호아트홀은 2013년부터 매년 탁월한 실력과 성장 가능성을 지닌 젊은 음악가를 상주음악가로 선정해 연중 4~5차례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은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 등이 상주 음악가로 활약했고, 성악가가 선정된 것은 김태한이 처음이다.
"노래를 하고 싶으면 학문으로서 접근해보라"는 어머니의 조언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성악을 시작한 김태한은 금호문화재단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2022년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로 데뷔했고, 이때 준비한 곡들로 이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도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극장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김태한은 "금호문화재단과 '처음'이라는 인연이 많다"며 "성악가로는 첫 상주음악가인 만큼 그 책임감을 무대 위에서 더 좋은 음악으로 승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한은 '페르소나'를 주제로 올해 네 차례 무대를 통해 모차르트와 푸치니의 오페라 아리아, 오페라 갈라, 프랑스 가곡,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 등을 선보인다.
상주음악가 제도는 단발성 공연을 넘어 예술가와 관객이 지속적으로 호흡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회성 내한 공연과 달리 연간 여러 차례 만남을 통해 음악가의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고, 관객 입장에서도 친숙한 예술가의 성장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금호문화재단 관계자는 "상주음악가 제도는 한국의 젊은 음악가를 조명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예술가가 자신의 음악 세계를 충분히 펼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