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이주만이 세금을 통제한다
||2026.01.17
||2026.01.17

미국 이주를 결정한 이후 한국에 남아 있는 주택을 언제 처분하느냐에 따라 세금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특히 영주권 취득 이전에 매도하는지, 이후에 매도하는지에 따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나라에서 과세 대상이 되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의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일정 요건 하에서 해외 이주 후 2년 이내에 주택을 처분하면 비과세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지만, 이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는 최대 80% 공제를 모두 적용받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단순히 ‘비과세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했다가, 예상보다 큰 세 부담을 마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한 미국 거주자로 전환된 이후 주택을 처분하면, 한국에서의 과세 여부와 별도로 해당 양도소득이 미국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한·미 양국의 과세 관계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실제로 처분 시점의 차이만으로 세금 결과가 수억 원 단위로 달라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자금 이동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의 외환거래 규제는 한층 정교해졌고, 자금 이동의 목적과 절차가 명확하지 않으면 송금이 지연되거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추가 소명 요구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부동산 매각 대금처럼 금액이 크거나, 가족 간 자금 이전, 법인 관련 거래처럼 구조가 복합적인 경우에는 거주자·비거주자 구분에 따라 적용되는 규정이 달라지고, 일정 세무서 발급 서류나 은행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전 검토 없이 송금을 시도할 경우 거래가 중단되거나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또한 일정 금액 이하의 송금이라 하더라도 반복적인 거래나 자금 출처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금융기관의 모니터링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외화 반출과 관련한 관리가 강화되면서, 절차상의 미비가 예상치 못한 행정 리스크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한국 법인 지분이나 금융자산을 보유한 경우라면 고려해야 할 요소는 더욱 복잡해진다.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경우 Form 5471(미국 납세자가 외국 법인의 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하거나 임원으로 참여할 경우, 해당 법인의 정보와 미국 납세자의 소득 등을 미국 국세청에 보고하는 국제 세무 신고서) 제출 의무나 CFC(상품공동기금, Commodity Fund Collective) 규정이 적용될 수 있고, 한국 금융상품이나 펀드 투자는 PFIC(수동적 외국 투자 회사, Passive Foreign Investment Company) 보고 대상이 된다.
특히 이러한 보고 의무는 일반적인 세무 프로그램으로 자동 계산이 어려워, 개별 거래 내역과 보유 기간을 기준으로 직접 계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적용 방식이나 선택 신고 여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실무상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 실제로 복잡한 계산과 판단 부담으로 인해 신고를 시도하다가 중도에 중단되거나, 불완전한 형태로 신고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여기에 미국 영주권자가 되는 순간부터 FBAR(해외금융계좌신고, Foreign Bank and Financial Accounts)와 FATCA(해외금융계좌신고법, 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 보고 의무도 자동으로 발생한다. 한국에 보유한 금융계좌의 잔액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계좌 수와 잔액을 미국 정부에 보고해야 하며, 불필요하게 분산된 계좌는 사전에 정리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리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이러한 의무들은 추가 세금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납세자로서 반드시 이행해야 할 보고 의무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러한 보고 의무 누락이나 오류가 단순히 한 해의 신고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향후 자산 이전이나 투자, 영주권 갱신·시민권 신청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실무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고의가 아니라, 복잡한 제도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를 더 내느냐”가 아니라, 처음부터 어떤 순서로 준비했느냐다.
미국 영주권이나 장기 체류는 인생과 자산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결정이다. 선택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준비 없이 실행할 때 발생한다. 적절한 시기 선택, 자산 구조의 정리, 그리고 한·미 세법을 동시에 이해한 사전 계획이 이루어질 때, 미국으로 향하는 선택은 불안이 아니라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글/ 이승현 글로벌세무그룹 대양 대표 회계사/미국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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