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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점심 회식에 그친 李 ‘반쪽 협치’

데일리안|maengho@dailian.co.kr (맹찬호 기자)|2026.01.17

국민의힘 빠진 상춘재, 첫 단추부터 어긋나

제1야당 없는 오찬, 통합 외쳤지만 구상 실종

국민의힘 "입법독주 합리화…정치적 술수"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석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진보당 김재연 대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이재명 대통령,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석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진보당 김재연 대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이재명 대통령,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로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국정 통합' 메시지는 출발선부터 삐걱거렸다. 새해 들어 협치와 국민통합을 강조해 온 대통령의 내치 구상이 현실정치의 벽 앞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상춘재로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했다. 이날 오찬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서왕진 원내대표, 김재연 진보당 대표와 윤종오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겸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겸 원내대표 등 주로 범여권 정당 지도부 인사들이 참석했다.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모두 지난 2024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에 가담했던 정당들이다.

형식상으로는 전(全) 정당을 아우르는 간담회였지만, 야권 의석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제1야당이 자리를 비우면서 간담회의 상징성과 실효성은 크게 반감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5당 지도부만 참석해 사실상 '범여권 오찬'에 그쳤다.

청와대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김병욱 정무비서관이 함께했다. 여야 지도부는 약속 시간보다 20∼30분 일찍 상춘재 앞에 도착해 담소를 나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인 조 대표는 주변 인사들에게 상춘재 인근 산책로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대통령의 역할 가운데에서도 국민통합이 정말로 중요하다"며 "소위 국민통합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우리 입장이 다양하긴 하지만 우리 야당이 많이 배려해 주고 도와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은 다양한 생각·입장을 갖고 계시다. 이를 전체적으로 다 반영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대표가 아니고, (과거엔 내가) 민주당 대표를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당적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전 국민을 대표해야 하는 위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도 대통령이) '한쪽 색깔만 비춰서야 되겠느냐'는 얘기도 한 적이 있는데, 다양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어찌 됐든 (통합이) 나의 역할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초당적 협력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중국과 일본을 방문해 보니 대한민국 위상이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 훨씬 그 이상으로 바뀌었다"며 "국가적 이익이나 우리 국민 전체의 위상과 맞물려있는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힘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야당 여러분께도 외교나 안보에 대해서는 가급적 힘을 모아달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찬을 갖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에 희망을 만들어 드려야 되는데 가끔씩은 오히려 정치와 국가를 걱정하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우리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게 돼 정말 반갑다"고 언급했다.

이날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은 청와대가 교섭단체에 한정하지 않고, 의석이 1석에 불과한 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까지 다 초청한 관계로 처음부터 여야 균형이 어긋나게 초청이 이뤄졌다.

이에 이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당부의 말들을 하기는 했지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모두 불참해서 막상 제1야당에서는 들을 사람이 현장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해외 공무로 불참했으며, 천하람 원내대표만 '내란 제2 종합특검법' 반대 필리버스터를 마치고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와 국회, 여야 모두는 주권자를 대리해 국정을 책임지는 공동 주체라며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바로 이튿날 제1야당이 빠진 채 간담회가 열리면서 대통령의 통합 메시지는 정치적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말로는 통합을 외치지만, 야당이 요구해 온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형식적 만남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이날 대통령 초청 오찬에 응하지 않고 별도의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장 대표는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과 공천헌금 의혹 수사를 위한 이른바 '쌍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여야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는 국면에서 대통령이 야당의 불참을 감수한 채 간담회를 강행한 것이 과연 협치의 출발이 될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초당적 협력도 당부했다. 최근 한중·한일 정상외교 성과를 거론하며 국익 차원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정작 국내 정치에서는 야당을 협치의 장으로 불러들이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외교 무대에서는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내치에서는 야당과의 신뢰 회복에 실패한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빠진 채 진행된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오찬 간담회에 대해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입법 독주'를 합리화하려는 정치적 무대에 불과하다"며 "개혁신당을 제외하고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치적 입장이 비슷한 '민주당 2중대' 정당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초당적 협력'을 말하는 법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군소 정당까지 한꺼번에 불러 모으는 방식은 제1야당 불참을 사실상 유도하고 이후 협치 거부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며 "제1야당을 국정 동반자가 아닌 구색 갖추기 대상으로 취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보수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종료하고 '2차 종합특검법'을 국회에서 이날 주도적으로 처리한 것을 거론하며 "더 큰 문제는 시점"이라며 "한 손에는 야당을 향한 '특검 몽둥이'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협치 운운하며 '악수'를 청하는 모습이 과연 정상적 국정운영이냐"고 반문했다.

정치권에서는 협치는 초청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야당이 문제 삼는 현안에 대한 해법 없이 모여 앉는 장면만으로는 통합의 메시지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외교 성과를 발판 삼아 국정 주도권을 다지려던 대통령의 구상이, 국내 정치의 냉혹한 현실 앞에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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