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화 기대와 北의 냉소…고심 깊어진 李 ‘페이스메이커’ 전략
||2026.01.15
||2026.01.15
한중·한일 외교 마친 李정부, 시선은 '트럼프 방중'
4월 분기점 될까…북핵·남북관계 커다란 변수 산적
위성락, 김여정 '개꿈' 발언에 "냉정·냉철하게 대처"

한중·한일 정상외교를 비교적 무난히 마무리한 정부의 시선은 이제 4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북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미중 정상회담 전후 한반도 정세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다양한 외교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외교가에 따르면 청와대는 최근 한중·한일 정상외교를 통해 외교 지형의 기본 틀을 정비한 뒤, 미중 대화를 계기로 남북관계에도 숨통을 틔우겠다는 구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페이스메이커' 전략이다. 미중 정상 간 대화 재개 분위기를 활용해 미북 접촉을 유도하고, 그 여파로 남북관계 관리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우선순위가 한반도에 놓여 있는지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과의 갈등, 중동에서의 이란 문제 등 굵직한 현안에 외교·군사적 역량을 분산시키고 있다. 북한 문제는 트럼프 개인의 관심사일 수는 있지만, 미 행정부 차원의 전략적 우선순위로 격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의 태도 역시 대화 국면과는 거리가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최근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기대를 '개꿈' '망상'에 비유하며 거친 표현을 쏟아냈다. 이는 우리 정부가 김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외교적으로 부각시키는 움직임 자체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여전히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변수도 없지는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뉴욕타임스(NYT)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핵 군축'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러시아·중국이 핵을 줄이는 데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북핵 문제를 비핵화가 아닌 군축 프레임으로 접근할 여지를 남긴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경우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문제에서 중재자 또는 공동 전선의 역할을 자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복합적인 환경 속에서 정부는 무인기 침투 논란 등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지 않도록 4월까지 '상황 관리'에 외교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자칫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기대하는 미중, 미북 외교 구상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인기 문제는 이번 사고 이외에 이미 오래전부터 양측 모두의 위협적 소재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 위협을 줄이기 것은 양측 모두 필요하다는 논리를 절제되고 균형적인 입장을 기본 입장으로 세워야 한다"며 "이와 관련한 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군사회담 등만 절제되고 건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이 대통령 한일정상회담 관계로 일본 오사카 현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북한의 '한국발 무인기' 주장에 통일부가 "남북간 긴장 완화와 소통의 계기"라고 희망적 반응을 보였다가 김여정으로부터 "개꿈"이라는 반응을 얻어맞은 사태와 관련 "희망적 사고를 전개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상황이) 거기까지 가 있지 않다"며 "일각에서 앞서가다 보면 이런 북측 반응이 초래되는 점이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른바 '동맹파'로 분류되는 위 실장이 '자주파'에 경도된 사고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위시한 세력의 섣부른 움직임에 '침착하라'고 지적한 것인지 주목된다. 위 실장은 대북 문제와 관련해 냉정하고 냉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위 실장은 "이게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된다는 등의 희망적 사고를 전개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상황이) 거기까지 가 있지 않다"며 "차분하고 담담하게, 의연하게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과의 대화 접점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기존의 법률 체제, 정전 체제, 남북한의 긴장 완화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북한이 과거 청와대와 용산 등으로 무인기를 보낸 것도 정전협정 위반인데, 균형된 입장 하에서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각에서 앞서가다 보면 이런 ('개꿈' 발언과 같은 격한) 북측 반응이 초래되는 점이 있는 것"이라며 "개개인이 희망적 사고를 하거나 우리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해석하려 할 수도 있지만 북한과 관련해선 냉정히, 냉철히, 차분히 대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서는 결국 관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핵보유국 인정과 제재 완화라는 실질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 한 굳이 현재의 대치 구도를 바꿀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중러를 배경으로 제재 환경에 일정 부분 적응한 상황에서, 성급한 대화 복귀는 오히려 전략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청와대가 기대하는 '4월 분기점'이 실제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기대만 키운 채 지나가는 또 하나의 고비가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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