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쿠팡의 자충수, 자본 경량화 작업에도 ‘빨간불’
||2026.01.08
||2026.01.08
쿠팡의 핵심 물류센터 유동화(리츠화)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법적인 요건만 잘 맞추면 무리 없이 나왔던 리츠 인허가 단계부터가 문제입니다. 자금 모집도 쉽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자체 조사하고 발표한 쿠팡의 자충수라는 평가를 내놓습니다. 쉽게 갈 수 있는 일도 어렵게 가게끔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8일 부동산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의 핵심 물류센터 세 곳을 리츠화하려는 작업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쿠팡은 지난해 6월부터 알파자산운용과 손을 잡고 인천 메가 풀필먼트센터, 북천안FC, 남대전FC를 리츠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인허가권을 국토교통부가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에 물류센터 매각 승인을 요청한 쿠팡은 올 상반기엔 리츠 구성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해 왔습니다.
문제는 최근 쿠팡이 국토교통부와 사실상 등지고 있는 모양새라는 점입니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미온적으로 다루자 정부는 범정부테스크포스(TF)를 꾸려서 쿠팡의 노동·환경·공정거래 문제 등을 다차원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청문회에서는 쿠팡의 택배서비스 사업 취소 여부에 대한 의논까지 오갔습니다. 로켓배송 등 쿠팡의 택배 사업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 따라 안전 배송, 종사자 보호 등에 대한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을 때 국토부 장관이 사업자 등록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사실 리츠인가의 승인은 법적 요건만 잘 지키면 ‘누워서 떡 먹기’ 수준으로 쉬운 일입니다. 최저 자본금을 맞추고 전문 인력을 적재적소에 두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쿠팡 물류센터의 경우는 쿠팡이 15년간 책임 임차를 하고 연간 임대료를 2.0~2.5% 인상하기로 했기 때문에 사업계획이나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쿠팡의 물류센터 유동화에 대해 얼마나 보수적으로 판단하는지 여부입니다. 사정을 잘 아는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리츠 인허가는 상당히 쉬운 작업인데 인허가 주무 부처와 관계가 좋지 않으니 승인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승범 국토교통부 투자제도과장도 “통상적인 영업인가 소요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상세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리츠 인가가 늦어질수록 쿠팡의 유동화 계획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쿠팡은 대규모 차입금을 토대로 물류센터 부지와 시설을 마련했기 때문에 유동화 작업이 밀릴수록 이자 비용 등의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인가 문제도 있지만 자금 모집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쿠팡 물류센터를 리츠로 바꾸면 약 40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이 필요합니다. 보통의 경우엔 굵직한 연기금에서 역할을 합니다. 국내 연기금은 국민이나 공무원, 기업 등 가입자들의 납입금으로 조성된 것인데, 쿠팡 물류센터와 같은 인프라 투자는 배당을 또박또박 받을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최근 연기금의 지속 가능(ESG·사회·환경·지배구조) 투자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쿠팡과 쿠팡 물류센터를 유동화한 리츠의 ESG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쿠팡을 바라보고 투자를 집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의 ESG 점수는 낮은 편입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쿠팡의 ESG점수는 100점 만점에 8점입니다. 종전까지는 9점이었는데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로 점수가 깎였습니다. 어깨를 견줄만한 유통사들의 ESG 점수와 차이도 큰 편입니다. 쿠팡의 벤치마킹 상대로 알려진 아마존의 ESG 점수는 26점이었습니다. 롯데쇼핑이나 신세계의 점수는 각각 39점, 42점이었습니다.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의 ESG 경영이 과거보다 중요시되는 상황이라 수익이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선뜻 투자를 약정하긴 어려운 국면”이라면서 “만약 문제가 생겼을 때 수익에 문제가 없는 다른 투자처가 없다고 명백하게 말하고 빠져나가기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쿠팡 물류센터를 리츠로 만들어 유동화하는 것은 쿠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경영 단계입니다. 쿠팡은 이를 통해 약 1조원가량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쿠팡이 한국 시장을 떠나겠다는 선언도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물류센터를 직접 지었지만 이제는 강력한 소비층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를 경량화해 자본 효율을 개선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 자금을 대만 등 다른 시장 투자로 쓸 수도 있고 투자자 권익 보호에 쓸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보상안에 일부 사용될 것이라고 합니다. 다만 쿠팡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여기서 유동화된 자금으로 보상안을 메우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쿠팡은 피해자 1인당 총액 5만원으로 구성된 쿠폰 보상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경쟁사인 무신사가 새해맞이 기념으로 조건 없이 제공한 소비 촉진책에 불과하기도 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 쿠팡Inc는 한국에서 거두는 매출이 대부분이고 앞으로도 한국에서 단계적으로 밟아나갈 것들이 많다. 투자자 우선적인 사고방식으로 불필요한 어려움을 많이 산 상황”이라며 “이사회가 제대로 돌아간다면 잘못된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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