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시장이 내년부터 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는 적자생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상위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에 위협을 키울 수 있다. 수출을 위해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BYD 차량 사진.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자동차 시장에 내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쟁력이 낮은 다수의 제조사가 사실상 퇴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BYD와 같은 상위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더 키우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에 위협적 변화로 꼽힌다.
2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내년에 수십 개의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사업을 접을 위기에 직면하며 생사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하던 중국 친환경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유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내년 자동차 판매량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었던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동안 중국 당국에서 지원하던 중고차 보상판매 보조금 및 전기차 취득세 면제 혜택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결국 정부 지원에 수익성을 의존하던 50여 개의 전기차 제조사들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내수 시장에서 공급 과잉으로 벌어지는 치열한 가격 경쟁에 대응하며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었다.
결국 중국 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원 정책을 축소하기 시작했고 자연히 경쟁력이 낮은 업체들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실상의 구조조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의 자동차 과잉 생산은 약 3년에 걸쳐 이어진 치열한 가격 경쟁을 주도했다"며 "이는 결국 수익성에 악영향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소비 위축 등 문제로 자동차 판매량까지 감소한다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소규모 업체나 재무 구조가 취약한 기업에는 직격타가 불가피하다.
중국의 내년 차량 인도량이 올해보다 최대 5% 줄어들 것이라는 증권사 도이체방크 및 JP모간의 전망이 근거로 제시됐다.
JP모간은 이미 올해 중국에서 전체 자동차 생산량이 3300만 대 안팎으로 예상돼 전체 생산 능력의 66% 수준에 불과하다는 추정치도 제시했다.
공장 가동률이 낮게 유지되면 자동차 제조사들이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 마련된 BYD 자동차 전시장 사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결국 "중국 자동차 시장은 수익을 내는 기업만 승리자로 남고 적자 업체들은 자금 고갈에 직면하는 '서바이벌 게임'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앞으로 5년 안에 중국 15개 자동차 브랜드만 적자를 면할 것이라는 예측도 전했다. 이는 전체 시장 규모의 10%에 불과하다.
수 년째 이어진 가격 인하 경쟁과 정부의 지원 축소, 소비 위축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중국 자동차 시장을 '적자생존' 상황에 접어들도록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BYD와 지리자동차, 화웨이 협력사 세레스 등 이미 흑자를 보고 있는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지금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나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와 배터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그동안 상위 자동차 제조사들도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 중국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가격 경쟁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지만 구조조정 이후에는 이런 전략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업체들이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면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 해외 진출 확대에 더 많은 자금을 들일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자연히 현대차와 기아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아시아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BYD나 지리자동차 등 중국 경쟁사와 더 어려운 대결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중국 업체들은 특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중국산 배터리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갖춰냈다.
자연히 한국산 배터리가 탑재되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중국 경쟁사와 갈수록 힘겨워지는 싸움을 벌여야만 할 수도 있다.
중국 자동차 업계 구조조정이 결과적으로 한국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에 모두 위기를 키울 수 있는 셈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갈수록 많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겨냥한 차량을 출시하고 판매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