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진, 무음극 기술로 전기차 주행거리 2배↑
||2025.12.26
||2025.12.26
[디지털투데이 이윤서 기자] 전기차 보급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주행거리와 배터리 수명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 연구진이 개발한 '무음극' 배터리가 상용화될 경우,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지금보다 2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온라인 매체 기가진은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동 연구팀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뛰어넘는 '무음극 리튬 금속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무음극 배터리는 이름 그대로 배터리의 음극(아노드)을 없앤 형태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전 시 양극에서 이동한 리튬이온을 음극에 저장하는 방식이지만, 무음극 배터리는 음극을 제거하고 구리 소재의 집전체에 리튬을 직접 저장한다. 부피를 차지하던 음극이 사라진 만큼 내부 공간을 에너지 저장에 더 할애할 수 있어, 같은 크기라도 용량은 훨씬 커진다.
하지만 그동안 무음극 방식은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음극이 없으면 리튬이 불규칙하게 쌓이면서 뾰족한 덴드라이트(수지상 결정)가 형성돼 분리막을 훼손하거나 배터리 수명을 급격히 단축시키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핵심 기술을 도입했다. 먼저 '가역적 호스트'(RH) 기술이다. 은 이온 나노입자가 포함된 고분자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리튬이 무질서하게 쌓이는 것을 막고, 지정된 위치에 고르게 증착되도록 유도했다. 연구팀은 이를 "리튬을 위한 전용 주차장"에 비유하며 질서 정연한 증착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설계된 전해질'(DEL) 기술을 더해 안정성을 높였다. 리튬 표면에 산화리튬과 질화리튬으로 구성된 얇고 강력한 보호층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이 보호층은 마치 피부에 붙인 반창고처럼 덴드라이트 형성을 억제하면서도 리튬 이온의 원활한 이동을 돕는다.
성능은 획기적이었다. 실험 결과 해당 배터리는 100회 충·방전 후에도 초기 용량의 81.9%를 유지했으며, 충전 대비 방전 효율을 나타내는 쿨롱 효율은 평균 99.6%를 기록했다. 특히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전기차에 쓰이는 파우치형 셀에서도 1270와트시/리터(Wh/L)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했다. 이는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인 약 650Wh/L와 비교하면 2배에 가까운 수치다.
박수진 포스텍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음극 배터리의 난제였던 효율과 수명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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