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뺑소니 인생 끝나죠.” 감옥 갔다와도 말라 죽는 운전자들.
||2025.12.20
||2025.12.20
교통 관련법 위반으로 수감, 채무는 그대로 남는다.
‘수감’은 면책 사유 아니다. 신용불량자 될 위험 높아.
음주운전·뺑소니, 감옥 갔다오면
그 때 부터 시작

* 본문과 관계없는 사진 *
음주운전이나 뺑소니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형기를 마치고 나오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러나 이것은 법정에서 선고받은 형벌만을 기준으로 한 생각이다. 현실은 다르다. 감옥의 문이 닫히는 순간, 또 하나의 형벌이 조용히 작동하기 시작한다.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형벌, 바로 돈(채무)의 문제다.
가상의 인물, 40대 가장 A씨를 예로 들어보자.
A씨는 음주운전 후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시도하다 붙잡혀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이 끝나고 교도소에 수감되는 순간, 그의 시간은 멈췄지만 세상은 멈추지 않았다. 휴대전화는 끊겼고, 소득은 사라졌다. 그러나 그의 통장, 카드, 할부 계약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A씨는 신차를 할부로 구매한 상태였다.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던 할부금은 수감 첫 달부터 연체로 전환됐다. 그는 “감옥에 있어서 못 냈다”는 이유를 들 수 없었다. 금융채무는 형사사정과 무관하다. 법은 이를 냉정하게 분리한다. 연체는 연체로 기록됐고, 신용등급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은 회수됐다. 할부 차량의 소유권은 애초에 금융사에 있었다. 차가 사라진 뒤에도 빚은 남았다. 연체 이자는 쌓였고, 보증인이 있었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가족에게 넘어갔다. 형벌은 개인이 받았지만, 경제적 후폭풍은 가족에게 전가됐다.
과태료·범칙금도 예외는 아니다
가산금 계속 붙는 구조

* 본문과 관계없는 사진 *
교통 과태료와 범칙금도 예외는 아니다. 무인단속으로 찍힌 과속 과태료는 가산금이 붙었고, 신호위반 범칙금은 벌금으로 전환됐다. 벌금은 수감 중에 낼 수 없었다. 출소 후 노역장 유치라는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징역이 끝나도 또 다른 구금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교도소 안에서 A씨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벌이를 통해 돈을 갚는 일은 불가능했고, 금융앱을 켜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은 가족에게 위임장을 써주는 일, 분할 납부 신청서를 작성하는 일, 그리고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돈은 ‘내는 것’이 아니라 ‘누가 대신 처리해주느냐’의 문제가 됐다. 만약 가족이 없거나 사이가 안 좋아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더욱 피곤한 인생만이 기다릴 뿐이다.
이 구조가 잔인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제도는 의도적으로 이렇게 설계돼 있다. 형벌은 개인에게, 채무는 계약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국가도, 금융사도 “수감”을 면책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법 앞에서 모든 계약은 살아 있다.
감옥 갈 일은 처음부터 만들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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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수형자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돌곤 한다. “감옥은 언젠가 나오지만, 돈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출소한 A씨를 기다리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연체 기록, 막힌 금융 창구, 그리고 무너진 일상이다. 사회는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말하지만, 시스템은 이미 그를 신용 불능 상태로 분류해 놓았다. 금융 시스템은 “형기를 살았는가?”를 판단하지 않는다. “연체가 남아있는가?”를 본다.
우리는 흔히 음주운전이나 뺑소니의 처벌 수위를 논한다. 그러나 형벌의 무게를 논할 때, 법정 안에서의 선고만을 보아서는 부족하다. 진짜 무게는 출소 이후에 온다. 감옥은 닫힌 공간이지만, 빚은 열린 채로 남는다. 그리고 그 빚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한 사람의 재기를 가로막는다. 그만큼 세상은 무섭고 잔인하다. ‘죄’는 반드시 숨통을 틀어막는다.
지금도 우리나라 어딘가에서 수감 될 수준의 교통 범죄를 저지르는 운전자들이 있다. 특히 연말을 맞이해 음주 운전 위험이 매우 커졌다. 앞서 이야기한 비극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그 어느 때보다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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