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 리더 “대통령 산하 ‘AI 반도체’ 육성위원회 마련해야” 이구동성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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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과 학계·연구계가 입을 모아 대통령 산하 조직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육성위원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이하 반도체특위)는 17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AI 반도체 강국 도약 가이드라인’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반도체특위 공동위원장인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사장)과 반도체특위 위원인 박재홍 보스반도체 대표 등은 산업 현장에서 겪은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학계에서는 이혁재 서울대 교수(반도체특위 공동위원장), 류수정 서울대 교수(전 사피온코리아 대표),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 백광현 중앙대 교수 등이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대표이사), 고동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전 삼성전자 대표이사), 정은승 삼성전자 고문(전 파운드리사업부장), 이정배 삼성전자 상담역(전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삼성전자 상담역(전 파운드리사업부장) 등 삼성 고위 임원 출신 인사들도 대거 자리했다.
반도체특위는 10개월간 논의를 진행해 산업 발전에 필요하다고 본 ‘5대 분야 10대 과제’를 선정했다. 이날 발표된 ‘K-AI 반도체 강국의 가이드라인’에는 ▲반도체 육성 정책을 추진하는 거버넌스 ‘대통령 산하 AI 반도체 육성위원회’ 운영 ▲공공·민간의 연구 역량을 결집할 ‘AI 반도체 기술원’ 설립 ▲‘반도체 전문가’(Doctor of Chip) 제도 신설 ▲반도체 연구자에 대한 병역 특례·보상 확대 ▲제조·설계·서비스를 연결하는 ‘K-AI 통합 생태계’ 구축 ▲공공 분야(국방·전력 등) 전용 도메인 AI 반도체 개발 ▲온디바이스 AI(서버 연결 없이 기기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 반도체 상용화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강국을 달성하기 위해 9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 이를 이행하려면 대통령 직속 육성위원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정배 삼성전자 상담역은 10대 과제로 구성된 ‘K-AI 반도체 강국의 가이드라인’이 실현된다면 “AI 반도체 수출이 2035년에는 연간 1200억달러(약 178조원)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주권과 국가 안보 강화할 방안”이라는 것이다.
고동진 의원은 이에 대해 “반도체 특별법을 마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 현재 전체회의만 기다리고 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대통령 산하 AI 반도체 특별위원회가 가동된다. 또 법안에 병역특례 내용과 재정적 지원 내용도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 “메모리 제외하면 추격자… 정부 주도의 통합 운영 필요”
이날 포럼에서는 현재 반도체 시장 상황을 진단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다양한 방안도 제시됐다. 이혁재 서울대 교수는 “AI 반도체는 단순한 기술 부품을 넘어 미래 산업을 좌우할 전략 자산”이라며 “2035년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7750억달러(약 1147조원)로 2024년 대비 약 9배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되는데, 한국은 메모리 분야를 제외하면 상용화 경험과 생태계 인프라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문제”라고 진단했다.
안현 SK하이닉스 사장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큰일이 난 상태이고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며 “미국은 빅테크 중심으로 버티컬(특정 산업·업무에 특화) AI를 주도하고 있고, 중국 역시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 AI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메모리 분야 경쟁력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추격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AI 생태계 역시 다양한 기술·산업을 보유하고 있는데 각 분야가 분절·분리된 상태로 각개전투를 벌여 규모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정부 주도로 관련 산업을 통합 운영해 국가 단위의 버추얼 빅테크(Virtual Big Tech)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수정 서울대 교수도 “메모리를 제외하면 우리나라는 AI 반도체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특히 AI 반도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신경망처리장치(NPU) 등 기반 프로세스 역량은 상당히 부족하고, 소프트웨어 부분에서도 AI 서비스 수요가 부족해 약한 경쟁력을 지녔다”고 분석했다. 이어 “AI를 구동하는 코어 하드웨어뿐 아니라 AI 서비스와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에 더 많은 최적화 기회를 제공해야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광현 중앙대 교수는 “현재 인재의 ‘의대 쏠림’이 나타나고 있는데, AI 반도체가 ‘부의 사다리’가 된다면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는 확신은 인재들이 반도체 분야에 진출하는 동기가 될 것”이라며 “기업에서도 성과를 낸 직원이나 장기 근무자에게 스톡옵션으로 보상하려면 주주총회를 열어야 한다. 행사 시점에 과세가 이뤄지는 것도 우리나라가 유일한데, 이런 보상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재홍 보스반도체 대표는 미국·중국·유럽연합(EU)·일본·대만 등 주요 국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을 짚으며 “다른 국가의 지원 정책을 살펴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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