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신규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가 지난해 설치량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사전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보조금 지급 조건이 바뀌면서 인증·설치가 지연된 점이 충전기 설치가 늦어진 이유라고 설명한다.

13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전기차리더스포럼에서 올 들어 지난달 13일까지 보급된 전기차 충전기는 6만522대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설치량(10만9377대)의 55.34% 수준이다. 이 중 급속 충전기 설치량은 5428대로 지난해의 42.75%에 불과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스마트제어 기능이 적용되지 않은 완속 충전기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스마트제어는 충전기에서 전기차의 배터리 충전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충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말한다.

스마트제어 기능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내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 이후 제기돼 왔다. 전기차 화재를 막기 위해선 배터리를 100% 충전하기보다 80~90%만 충전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에 충전량 조절에 효과적인 스마트제어 기능 도입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문제는 완속 충전기에 스마트제어용 통신 부품을 장착해도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와 통신할 수 있는 프로토콜이 전기차마다 설치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에서 출시된 전기차 중 스마트제어 완속 충전기를 지원하는 모델은 KGM의 토레스 EV, 무쏘 EV뿐이다. 국내 전기차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차·기아에서는 이 기능을 지원하는 모델이 없다.

스마트제어 기능을 지원하는 전기차 모델이 부족하다보니 완속 충전기의 성능에 대한 인증도 지연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충전기 제조사에 대한 보조금 지급도 늦춰지면서 올해 충전기 설치량이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전기차 충전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스마트제어가 되는 완속 충전기는 정부가 모든 제품을 테스트하고 인증을 받아야 설치에 들어갈 수 있다”며 “인증이 지난 5월이 돼서야 이뤄져 영업 개시 시점도 7월 이후로 늦춰지면서 충전기를 제 때 공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했던 사건이 충전기 보급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많다. 이 사건으로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충전 사업자들이 신규 투자를 줄이게 됐다는 것이다.

한 충전기 제조사 관계자는 “청라 화재 사건 이후 국내에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꺾이면서 충전업계의 투자 심리도 얼어붙었다”며 “정부의 스마트제어 적용 의무화 방침까지 나오면서 많은 제조사들이 당분간 투자를 줄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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