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서두르는 유럽, 규제 푸는 미국…골치 아파진 현대차
||2025.12.09
||2025.12.09
내연기관 규제 강화하는 EU…전동화 전환 '압박'
트럼프, 바이든 정부때 세운 연비 규제 대폭 완화
"전기차 안할수도 없고"…우선순위 다시 정하는 현대차
'전기차 2위' 공고했던 미국은 뒤로…유럽서 출혈경쟁 가시화

현대차·기아가 주요 해외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그간 내세웠던 전략을 전면 수정할 필요성이 커졌다. 유럽연합(EU)은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는 반면, 미국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고 내연기관차 판매를 가로막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하되, 빠른 전기차 투입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던 그간의 생존 방식이 시장별로 나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자동차 연비 기준을 완화했다. 기존 기업평균연비(CAFE) 기준을 갤런당 50.4마일(약 21.4km/ℓ)에서 34.5마일(약 14.7km/ℓ)로 대폭 낮추는 방안으로, 바이든 전 정부가 세운 환경 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그간 미국 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연비 기준을 맞추기 위해 경쟁사로부터 '크레딧(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던 제도도 폐지했다.이 크레딧 시스템은 테슬라 등 연비 평균을 초과하는 전기차 업체에 상당한 수익을 안겨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차 친화적 정책이 자동차 제조사에 고비용 기술을 강요해 차값을 올리고 품질을 떨어뜨렸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트럼프의 연비 규제 완화는 지난 10월부터 폐지된 전기차 보조금 종료 조치와 맥을 같이한다. 트럼프는 미국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시대를 다시 부흥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그간 바이든 전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단계적으로 폐지해왔다.
내연기관차를 장려하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미국 내 전기차 수요는 빠르게 급감 중이다. 전기차 세제혜택이 종료된 10월 미국 내 전기차 신차 판매량은 전월(9월) 대비 무려 50% 줄었다. 11월 역시 하이브리드차가 급증한 반면 전기차 하락세가 지속됐다.
반면, 유럽 시장에선 전동화 전환 흐름이 탄력을 받고 있다. EU는 유럽 내 자동차 제조사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 입장을 고수 중이다.
유럽 주요국들도 폐지했던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최근 다시 부활시키는 추세다. 독일은 2023년 폐지했던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내년부터 재개하기로 했고, 이탈리아도 최대 1만1000유로의 세제혜택을 시행하기로 했다. 스페인 역시 지난 4월부터 폐지했던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부활시켰다.
지난해까지 주춤했던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도 올해 들어 크게 급증했다.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유럽의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202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2% 성장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를 유지하면 올해 역대 최고 판매량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전기차 정책이 완전히 갈리면서 그간 두 시장에서 비슷한 전략을 펴왔던 국내 업체들도 골치가 아파졌다. 현대차·기아는 그간 미국, 유럽, 국내 등 주요 시장에서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내연기관차를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전기차 신차를 빠르게 투입해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펴왔다.

내년부터는 미국과 유럽에서의 전략 차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판매 감소에 따라 수요가 늘어난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고, 유럽에서는 선호도 높은 소형 전기차를 전면에 앞세우는 식이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 시장에 출시한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기아는 북미 전용 모델인 '텔루라이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미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내년부터 주요모델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순차적으로 탑재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국내와 미국 시장에 빠르게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경우 소형 전기차 라인업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그간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는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아이오닉9, 기아는 EV3, EV6, EV9 등 중대형급 모델을 위주로 선보였다면 내년엔 유럽 현지 특화 모델인 소형 라인업에 집중한다.
현대차는 지난 9월 유럽 최대 모터쇼인 'IAA(뮌헨 모빌리티쇼) 2025'에서 아이오닉 3의 콘셉트카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유럽 볼륨 전기차 시장 진입을 알렸다. 기아 역시 올 2월 스페인에서 진행된 'EV데이'에서 EV3보다 작은 사이즈의 'EV2' 콘셉트카를 내놓고, 내년 초 현지 출시를 알렸다.
다만, 그간 미국을 중심으로 키워왔던 글로벌 전기차 경쟁력이 다소 약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까지 테슬라에 이어 합산 2위에 오를 정도로 점유율을 높여둔 상황이었지만, 유럽에서는 미국보다도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 눈에 띄는 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진출이 어려운 중국 업체들이 유럽으로 눈길을 돌렸다는 점도 경쟁 수위를 높이는 요소다. 실제 지난달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유럽 시장에서 전년 대비 206.8% 폭증한 1만7470대를 판매했으며, 시장 점유율도 0.5%에서 1.1%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상하이자동차(SAIC) 역시 판매량이 35.9% 늘었고, 시장 점유율이 1.7%에서 2.2%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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