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대신 AI 대화형 쇼핑 시대 열린다
||2025.11.27
오픈AI가 챗GPT에 쇼핑 에이전트 기능을 도입한다고 발표하며, 온라인 쇼핑의 주도권이 기존 포털 중심의 검색 구조에서 AI 에이전트 중심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가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는 대신, AI에게 원하는 제품을 대화형으로 요구하는 방식이 주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26일 IT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챗GPT에 ‘쇼핑 리서치(shopping research)’ 기능을 도입한다. 사용자를 대신해 원하는 제품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제품을 조사해주는 기능으로, 무료·플러스·프로 이용자에게 순차적으로 배포될 예정이다.
오픈AI는 쇼핑 리서치를 ‘퍼스널 쇼퍼’라고 명명했다. 즉시 텍스트 응답을 생성하는 대신, 예산·선호 색상·원하는 제품 크기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다. 인터넷 전반에서 리뷰를 수집하고, 제품 페이지나 리뷰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도 함께 제공된다. 이용자는 ‘이와 비슷한 제품 더 보기(more like this)’ 또는 ‘관심 없음(not interested)’을 선택할 수 있다.
오픈AI는 향후 쇼핑 리서치 내에 ‘즉시 결제(Instant Checkout)’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오픈AI는 “사용자가 ‘구매하기’를 누르고 배송 및 결제 정보를 확인한 후 채팅을 벗어나지 않고 구매를 완료할 수 있다”며 “이는 전통적으로 검색에서 결제까지 여러 단계가 필요했던 구매 경로를 한층 간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흐름은 AI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퍼플렉시티는 프로(Pro) 구독자를 대상으로 ‘바이 위드 프로(Buy with Pro)’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상품 탐색부터 비교, 최종 구매 옵션까지 일련의 쇼핑 여정을 AI가 직접 설계한다. 포털 업계도 AI 기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자체 AI 기반 쇼핑 가이드와 추천 알고리즘을 강화하고 있다.
핵심 변화는 사용자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맥락형 검색이다. 기존 검색은 키워드 일치 여부가 중심이었지만,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대화 기록·선호·구매 패턴·이전 검색 문맥 등을 통합 분석해 훨씬 정교한 상품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이커머스 플랫폼의 ‘검색-유입-구매’로 이어지던 기존 트래픽 경로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본다.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유사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검색 기록, 게시물 상호작용, 음성 인식 등을 기반으로 쇼핑 추천을 강화하며 콘텐츠와 커머스가 결합된 초개인화 모델을 구축해왔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마스터카드가 지난달 해리스 폴(Harris Poll)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4000명 대상)에 따르면 소비자의 약 42%가 이미 ‘올 연말 쇼핑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MZ세대는 AI가 ‘독특한 선물’을 추천해 준다는 점에 신뢰를 보였다고 마스터카드 측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검색의 주도권이 포털사이트에서 AI 비서로 이동하면 쇼핑 트래픽 생태계가 완전히 재편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AI는 다량의 정보가 쏟아지는 쇼핑 과정에서의 피로감을 줄여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루카 치안(Luca Cian) 버지니아대학교 다든경영대학원 마케팅·AI 교수는 2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AI 도구는 끝없이 늘어나는 선택지로 인한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며 “소비자들은 AI를 이용해 가격을 비교하고 시간을 절약함으로써 구매 결정에 더 큰 확신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변화는 기술적 전환뿐 아니라 심리적 전환이기도 하다”며 “우리는 선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느 부분을 AI에게 맡기며 어느 부분을 직접 통제할지 학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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