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력 갖춘 AI가 직접 일하는 시대, 기업 현장 바뀐다
||2025.11.22
||2025.11.22
인공지능(AI) 기술이 인간의 감각과 사고 체계를 빠르게 모사하면서 기업 현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는 '멀티모달 AI'가 본격 확산되면서 AI의 맥락 해석과 판단 능력이 고도화된 것이다.
이는 단일 유형의 데이터를 처리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실질적인 실행까지 아우르는 지능형 AI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단순 반복 작업의 자동화는 물론 전문적인 분석과 판단이 필요한 영역까지 AI가 수행하면서 산업 전반의 'AI전환(AX)'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질문 답하던 AI, 이제는 직접 업무 실행
생성형 AI 솔루션 기업 제논이 지난 5일 공개한 '원에이전트(OneAgent)'도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원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명령을 이해하고 컴퓨터나 웹 환경을 직접 탐색해 업무를 수행한다. 영업사원이 "매출 추이 CSV 파일을 분석해서 판매 실적 보고서를 만들어줘"라고 지시하면 AI가 사용자 PC에서 파일을 찾아 분석한 뒤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담은 보고서를 자동 생성한다.
이 솔루션의 핵심은 '브라우저 유즈(Browser Use)'와 '컴퓨터 유즈(Computer Use)' 기술이다. 브라우저 유즈는 다양한 웹 기반 플랫폼을 넘나들며 정보를 탐색하고 명령을 수행하며, 컴퓨터 유즈는 사용자의 로컬 PC 환경을 이해해 파일 시스템 탐색, 애플리케이션 자동화, 내부 시스템 접근 등을 가능하게 한다.
글로벌 마케팅부터 의료 진단까지 확산
멀티모달 AI의 활용 영역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빅데이터 기업 바이브컴퍼니는 올해 2월 멀티모달 기반 소비자 분석 기술 'GPT 프로파일링'을 공개해 글로벌 리서치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20년 이상의 데이터 분석 노하우에 AI 기술을 결합해 텍스트·이미지·영상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이 솔루션은 글로벌 소비자의 관심사, 소비 패턴, 문화적 맥락까지 정밀하게 파악한다. 이를 적용한 AI 인플루언서 발굴 플랫폼 '후택(WHOTAG)'은 브랜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가·카테고리별 인플루언서를 AI가 직접 선별하고 협업 전략까지 제안한다.
의료 분야에서도 멀티모달 AI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 1세대 의료 AI 기업 딥노이드가 선보인 멀티모달 기반 흉부 엑스레이 판독 AI 솔루션 'M4CXR'은 엑스레이 이미지와 판독 소견 문서를 함께 학습해 실제 의사 수준의 진단 결과를 제공한다. M4CXR은 폐섬유화증, 폐렴, 결핵 등 총 41개 질환군을 수초 내에 판독하고 자동으로 판독 소견서를 작성한다. 실제 임상 결과 엑스레이 판독 시간은 기존 4분에서 1분으로, CT·MRI 판독 시간도 60~65% 단축됐다.
실질적인 업무 실행까지 아우르는 멀티모달 AI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휴가 신청, 경비 정산 같은 반복적 업무는 물론 시장 데이터 분석 보고서 작성, 판매 실적 기반 수요 예측 등 고도화된 업무까지 자동화가 가능하다.
고석태 제논 대표는 "AI가 기업의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확산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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