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가 올해 3가 독감 백신 권고했는데… 비싼 4가 고집하는 사람들
||2025.11.22
||2025.11.22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시즌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조성에서 3가(trivalent) 백신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접종 현장에서는 여전히 4가(quadrivalent) 백신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통해 3가 백신이 무료로 공급되고 있지만 비싼 약가를 지불하더라도 4가 백신을 맞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 전문가들은 WHO 권고와 소비자 인식 사이의 간극이 올해 도드라진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의료계에 따르면 WHO는 2025~2026 북반구 시즌 백신 조성 권고안에서 A형 두 계열(H1N1·H3N2)과 B형 빅토리아 계열을 포함한 3가 백신을 공식 권고했다. 그동안 4가 백신을 구성해온 비/야마가타(B/Yamagata) 계열의 소멸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4가 조성의 필요성이 사실상 낮아졌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WHO는 보고서를 통해 “대다수 국가가 3가 백신으로 전환하거나 전환 단계에 있다”며 “3가 백신으로도 충분한 보호 효과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의 선택은 다르다. 다수의 접종자들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가능한 넓은 범위의 바이러스에 대비하고 싶다”는 심리가 부각되고 있다. 바이러스 변이가 잦고, 유행 패턴이 매년 달라지는 독감 특성 탓에 “조금이라도 더 폭넓게 커버해주는 백신이 낫지 않겠느냐”는 불안 요인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여러 해 동안 ‘4가가 더 높은 방어력’이라는 메시지가 시장과 의료기관을 통해 반복된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일선 병·의원 관계자들도 “환자 상당수가 ‘4가로 맞고 싶다’고 먼저 말할 정도로 인식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소비자의 선택권 욕구도 겹친다. 무료 접종 대상자라면 3가 백신을 기본으로 접종받을 수 있지만, 자비로 맞는 성인층이나 젊은 세대는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4가를 찾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가격 차이를 알고 있지만, 더 안전할 것 같아 4가로 맞았다”는 후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4가 백신이 오랫동안 표준으로 자리잡은 까닭에, ‘신형·고급형 백신’이라는 이미지가 소비자 인식에 굳어져 있는 것도 한몫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4가 선호가 과학적 필요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WHO가 비/야마가타 계열을 더 이상 백신 조성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해당 계열이 전 세계적으로 발견되지 않고, 재유행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도 4가 백신이 우월하다는 근거는 제한적이다. 한 감염병 전문의는 “올해 조성 기준에서 4가의 이점은 사실상 소멸됐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무조건 4가가 더 좋다’고 판단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올해 국내 독감 백신 시장은 ‘권고는 3가, 실제 수요는 4가’라는 기이한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백신 선택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정책 기조보다 앞서 움직이고 있으며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감염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는 심리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더 강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백신 선택의 기준이 단순한 ‘성분 수’ 경쟁에서 벗어나 과학적 데이터와 공중보건적 판단에 기초한 논의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WHO의 3가 권고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4가 선호 현상은, 백신에 대한 소비자 인식·심리와 실제 방역 전략 사이의 간극을 다시 한 번 드러낸 셈이다.
전문가들은 “WHO 권고와 소비자 인식 사이의 간극이 올해 유독 눈에 띈다”며 “백신 정책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만큼, 소비자 개개인의 선택도 정확한 정보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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