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선협’ 늘었지만… 웹소설 시장, 새 장르 아닌 ‘소재 고갈 신호’
||2025.11.01
||2025.11.01
국내 웹소설 시장이 한계에 부딪혔다. 회귀·빙의·환생이 넘쳐나는 틀 속에서 작가들이 이제는 중국식 세계관 ‘선협(仙俠)’에 손을 대고 있다. 그러나 새 장르의 탄생이라기보다, 고갈된 소재의 ‘수입품’에 기대는 모습이다.
1일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년 웹소설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선협은 국내 웹소설의 공식 장르로 분류되지 않는다. 국내 주요 장르는 로맨스·판타지·무협·게임·추리·역사물 등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주요 플랫폼에서는 ‘선계’, ‘도사’, ‘요괴’ 같은 선협 키워드를 내세운 작품이 늘고 있다. 신선과 요괴가 등장하고 인간계와 선계를 오가며 싸우는 설정은 중국에서 유행하는 전형적 서사다.
업계는 선협의 등장을 ‘새로운 흐름이 아니라 소재 고갈의 신호’로 본다. 중국의 대표 선협물 ‘봉신연의’, ‘삼생삼세 십리도화’, ‘천녀유혼’은 이미 영상화돼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됐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무협의 하위 갈래로만 인식된다.
특히 로맨스·판타지·무협 등 인기 장르 중심의 서사가 빠르게 소비되고 재조합되는 과정에서 조합 가능한 설정의 폭이 좁아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새로운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그 대안으로 선협이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협의 증가는 작품 다양성 확대와 큰 관련이 없다”며 “오히려 국내 웹소설 소재 고갈 위기의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선협물 중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에서 흥행작으로 꼽히는 작품은 거의 없다. 독자 반응도 미지근하다. 웹소설을 매일 여러 편 읽는다는 A씨는 “선협이라는 단어는 알지만 실제 선협으로 불리는 작품을 본 적은 없다”며 “회귀·빙의·환생 같은 단골 소재에 인기 세계관을 결합한 설정에는 한계가 있어 선협이 신선해 보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새롭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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