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최대 1150만원" 포터와 봉고는 한물가고 요즘 뜨는 ‘2천초반 화물차의 정체’
||2025.08.23
||2025.08.23
기아의 첫 번째 PBV 전용 전기차 PV5가 정부 국고보조금 확정을 받으며 상용차 시장에 본격적인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환경부 EV 누리집에 따르면 승용 모델은 최대 468만 원, 화물 모델은 최대 1150만 원의 국고보조금이 책정되었다.
특히 화물 모델은 ‘전기 화물차’로 분류돼 일반 승용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서울시 기준으로는 카고 롱 3도어 모델을 2786만 원에 구입할 수 있고, 전남 보성군의 경우 보조금 규모가 커 실구매가가 2180만 원대까지 낮아진다. 기존 내연기관 소형 트럭 대비 초기 구매 부담이 크게 줄어들면서 업계 전반에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기존 소형 화물차 시장의 대표 주자인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는 오랫동안 시장을 독점해왔다. 하지만 PV5는 보조금 적용 후 2천만 원 초반대라는 가격 경쟁력으로 이들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카고 스탠다드 모델은 기본가가 4200만 원이지만 보조금을 적용하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화물차를 매일 운행해야 하는 자영업자, 소규모 스타트업, 물류업체들은 낮아진 초기 투자 비용과 유지비 절감을 동시에 누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지역별 보조금 편차가 크기 때문에 구매자는 자신이 속한 지자체의 지원 금액을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PV5는 기아가 새롭게 개발한 PBV 전용 플랫폼인 E-GMP.S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기존 승용 전기차 플랫폼을 단순히 개조한 수준이 아니라, 개발 초기부터 물류 기업과 컨버전 파트너의 의견을 반영해 배송, 운송, 캠핑 등 다양한 사용 목적을 고려한 점이 특징이다.
패신저 모델은 휠베이스 2995mm를 기반으로 자유로운 좌석 배열과 넉넉한 2310ℓ 트렁크 공간을 제공하며, 카고 모델은 최대 4420ℓ의 적재 용량과 넓은 개구폭으로 표준 파렛트도 무리 없이 실을 수 있다. 이는 실제 영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경쟁력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배터리 구성도 다양한 수요층을 고려해 마련됐다. 카고 스탠다드에는 51.5kWh 배터리가, 카고 롱레인지와 패신저 모델에는 71.2kWh 배터리가 탑재된다. 주행거리는 산업부 기준으로 패신저 모델이 358km, 카고 롱레인지가 377km, 카고 스탠다드가 280km로 측정됐다. 도심 위주 운행이나 배송 업무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V2L 기능을 활용하면 외부 전자기기 전원 공급도 가능해 물류 현장이나 캠핑 등 다목적 활용성이 강화된다.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뒷받침된다면 PV5는 상용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전기차로만 끝나지 않고, PV5는 다양한 현장 활용성을 고려한 맞춤 기능을 대거 탑재했다. 카고 모델에는 화물을 고정할 수 있는 L-트랙 마운팅 시스템이 적용됐고, 양문형 테일게이트는 95도와 180도의 개폐 각도를 지원해 물류 작업의 효율성을 높인다. 패신저 모델 역시 넓은 실내와 편의 사양으로 비즈니스 이동수단은 물론 레저용으로도 적합하다.
기아는 향후 캠퍼 버전과 같은 파생 모델을 출시할 계획을 밝혀, PV5가 단순한 전기 화물차를 넘어 새로운 PBV 시장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PV5의 등장이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국내 상용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보조금 혜택으로 인한 낮은 구매 가격은 포터와 봉고 중심의 시장을 위협하기 충분하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충전 인프라 부족은 장거리 운행을 해야 하는 일부 업종에서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며, 보조금 편차로 인한 지역 간 가격 차이 역시 소비자의 불만 요소가 될 수 있다.
또한 전기차 특성상 초기 배터리 관리와 장기적인 내구성 문제가 상용차 운영자들에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정책 강화와 도심 배출가스 규제 흐름 속에서 PV5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