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제네시스 생산 중단" 미국에서 2년 4개월 만의 GV70 EV 생산이 중단된 이유
||2025.08.23
||2025.08.23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은 2023년 2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첫 조립을 시작하며 큰 기대를 모았다. 현대차그룹 최초의 ‘메이드 인 USA’ 제네시스 전기차이자, 현지 전동화 체제의 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2년 4개월 만에 생산 라인에서 밀려나며 조기 퇴장을 맞았다. 판매 부진과 정책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으며, 단순한 모델 실패가 아닌 전기차 시장 자체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GV70 EV는 초기 관심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 미국 내 출고량은 1367대에 불과했고, 특히 7월에는 단 15대만 판매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내세운 전략 모델이었지만, 가격 경쟁력 부족과 충전 인프라 한계, 소비자의 관심이 하이브리드로 쏠린 점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4000억 원을 들여 구축한 현지 생산 체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일시 정리됐다.
가장 큰 직격탄은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 정책 변화였다. 최대 7500달러에 달하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2024년 9월 말 조기 종료되면서, GV70 EV의 현지 생산 메리트는 사실상 사라졌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높은 원가와 부족한 보조금 환경 속에서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결국 라인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축소와 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가 늦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대차는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실제로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되는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 1월 2325대에서 7월에는 6888대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하이브리드 강세라는 글로벌 시장 흐름에 발맞춘 결정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기아가 상반기 영업이익 13조 원을 기록한 배경에도 하이브리드 판매 호조가 있었다.
GV70 EV의 생산 중단이 곧 단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신규 메타플랜트로 생산지를 이전하거나, 국내 생산 후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미국 내 제한적인 판매 대신, 상대적으로 수요가 안정적인 유럽이나 한국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전환이다. 결국 이번 결정은 단순한 후퇴가 아니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사이 균형을 맞추는 글로벌 조율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번 GV70 EV 생산 중단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전동화 시대에 어떤 전략을 취할지 묻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전기차 기술 이미지를 강화해야 하는 과제와 동시에, 하이브리드 강세라는 현실적 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
전문가들은 “제네시스가 EV와 하이브리드의 균형점을 찾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앞으로 제네시스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전동화 전략의 성패가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