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유럽에서 인기 폭발" 출고까지 최장 22개월 걸리는 ‘한국산 경차의 정체’
||2025.08.21
||2025.08.21
현대자동차의 소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이 국내에서 최장 22개월의 출고 대기 기간을 기록하고 있다. 트림과 옵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인스퍼레이션·프리미엄 트림은 약 16개월, 크로스 트림은 약 13개월, 투톤 루프나 매트 컬러를 선택하면 22개월까지 늘어난다.
이 수치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대기 기간(약 3개월)을 크게 웃돈다. 그만큼 수요가 공급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긴 대기 기간 속에서 현대차는 대리점이나 지점 전시 차량을 할인 판매하는 ‘기획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온라인을 통해 전시차 입고 소식이 전해지면 곧바로 판매가 완료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출고를 오래 기다리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이 전시차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시차 떴다”는 알림과 “이미 품절”이라는 반응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캐스퍼 대비 전장이 100mm 늘어나 차급이 소형급으로 올라갔다. 실내 공간과 적재 용량(280L)이 넓어져 실용성이 강화됐으며, 국내 최초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시스템’을 탑재해 안전성을 높였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315km로, 도심 주행뿐 아니라 근교 이동에도 무리가 없다. 이러한 변화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줄이고 선택 폭을 넓혔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해외에서 ‘인스터(INSTER)’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이다. 출시 6개월 만에 유럽 시장에서만 누적 판매량 1만 342대를 기록해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3,902대)의 약 4배를 달성했다.
일본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현대차가 재진출한 이후 올해 1~7월 판매량이 568대로 전년 대비 146.4% 증가했다. 가격 경쟁력 역시 뛰어나 일본에서 284만 9,000엔(약 2,600만원)이라는 가격은 경쟁 모델 대비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해외 수출 물량 증가다. 유럽은 소형 전기 SUV 수요가 높고, 일본은 경차·소형차 비중이 크다. 여기에 각국의 전기차 보급 정책이 맞물리면서 캐스퍼 일렉트릭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 호조는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시기에 차량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소형 전기 SUV 수요가 당분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유럽의 전기차 전환 속도와 일본의 소형차 선호는 캐스퍼 일렉트릭의 장기적 인기 유지에 유리하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하려면 현대차가 생산 능력 확충과 공급 조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외 균형 있는 물량 배분이 이뤄질 때, 캐스퍼 일렉트릭은 단기 인기 모델을 넘어 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