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여파 확산…車업계 피해액 16조원 넘어
||2025.08.08
||2025.08.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충격을 주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수십억달러 규모의 이익 감소를 기록했으며 피해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2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인한 피해액이 총 118억달러(약 16조3323억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WSJ은 올해 하반기에도 손실이 누적돼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주요 제조사 피해 규모
도요타는 2분기 영업이익이 30억달러 줄어들며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이어 폭스바겐 15억1000만달러, GM 11억달러, 포드 10억달러, 혼다 8억5000만달러, BMW 6억8000만달러 순이었다. 현대차는 6억달러, 기아는 5억7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해 현대차그룹 전체 피해액은 11억7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상위 10대 완성차 기업의 올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0년 팬데믹 직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관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토요타는 올해 회계연도(내년 3월 종료) 관세 피해액이 95억달러(약 13조1489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연간 순이익이 전년 대비 44%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기간 해소 어려운 구조적 문제
WSJ은 제조사들이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 인상이나 생산기지 이전을 고려하지만, 두 방안 모두 단기간에 실현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가격 인상은 소비자 저항과 시장 경쟁 구도를 악화시킬 수 있고, 생산시설 이전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제프리스의 필립 후쇼아 애널리스트는 경쟁사보다 먼저 가격을 올리면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적인 SNS 언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은 가격 조정 지연으로 이어져 손실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미 의회는 최근 캘리포니아주의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와 휘발유차 퇴출 계획을 무산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부 제조사들은 이를 통해 관세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게 됐다.
생산기지 이전의 난관
GM은 40억달러를 투자해 멕시코에서 생산 중인 쉐보레 이쿼녹스와 블레이저를 2027년부터 미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완성차 기업은 동일 모델을 여러 공장에서 동시에 생산하지 않아 이전 속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치 환경 변화 가능성은 제조사들의 결정을 더욱 신중하게 만든다. 정권 교체나 정책 변경이 발생하면 대규모 투자와 장기 프로젝트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환경 규제 완화로 일부 내연기관차 제조사는 전기차 판매 확대나 배출권 구매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관세 정책이 유지되는 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수익성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