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뽑아놓고도 못 세운다고요?” 전기차 주차 금지당한 이유
||2025.08.04
||2025.08.04
최근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전기차 소유자들에게 지하 주차장 주차를 제한하는 공지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안내문에는 “안전 문제로 인해 전기차는 지상 주차장만 이용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이를 본 전기차 차주들은 당혹감과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같은 조치는 결코 울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4년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화재 이후, 전국 여러 공동주택 단지가 전기차 주차를 지상으로 제한하거나, 기존에 설치하기로 한 충전기 설치를 보류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하나둘씩 전기차에 대한 차별 정책이 나타나게 되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국으로 퍼지며 ‘전기차 차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청라 화재 당시 전기차로 인한 화재 진압이 어려웠던 상황이 대중적으로 널리 퍼지며, 전 국민적으로 화재 리스크 인식이 확산됐다.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과학적 근거보다는 공포와 선입견에 기반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기차의 화재 발생률은 내연기관차와 큰 차이가 없으며, 일부 통계에선 오히려 낮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불이 붙으면 끌 수 없다’는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강하게 자리잡았다. 그 결과 전기차는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점차 회피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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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전기차 차주들과 내연기관차 소유자 간의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전기차 이용자들은 “우리도 관리비를 똑같이 내는데 왜 주차 공간에서 차별을 받아야 하느냐”라는 태도를 보이지만, 내연기관차 측은 “한 번의 사고가 수백 세대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수 있다”라며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이런 갈등은 단순히 한 아파트 단지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전기차 보급률이 점점 높아지는 시점에서, 주차 공간, 충전 인프라, 화재 대응 체계 등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채 갈등이 점화되어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두고 “전기차에 대한 인식과 실제 위험 사이의 괴리”를 지적하며, 막연한 공포와 단편적 사례가 모든 전기차를 잠재적 위험 요소로 규정하는 흐름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기차에 대한 거짓 루머와 잘못된 인식 확산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전기차 확대라는 큰 흐름에 역행하게 만든다. 공들여서 올린 탑 또한 작은 계기 하나로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닌 정확한 정보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규제, 그리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