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작은건데… 졸음운전으로 인식하고 강제 운행 정지됐다는 전기차
||2025.07.31
||2025.07.31
중국의 거대 IT 기업 샤오미(Xiaomi)가 야심 차게 선보인 첫 번째 전기차, SU7은 출시 전부터 “테슬라의 진정한 대항마가 나타났다”라며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화려했던 출발과는 달리, SU7은 이후 연이은 기술 결함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며 ‘과연 중국산답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등 갖은 혹평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 먹는 골칫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스마트와 안전을 내세운 이 차량이 실제로는 얼마나 허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저장성에 거주하는 한 중국 남성이 올린 SNS 영상은 결코 웃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는 SU7을 운전하던 중 ‘운전에 집중하세요’라는 경고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출력되자, 블랙박스와 함께 자신의 경험을 온라인에 공유했다. 졸음운전 방지 AI 시스템이 그의 ‘작은 눈’을 졸음운전으로 오인한 것이다. 이 남성은 “누나가 운전할 때는 이런 경고가 하나도 안 뜨더니, 내가 운전하면 항상 이런다”라며 어이없어했다. 경고는 20회 이상 반복되었고, 급기야 차량은 자율 정지 명령을 실행해 도로 위에 멈춰 섰다.
샤오미 측은 “시트 앞 카메라가 운전자의 눈 깜빡임 빈도와 크기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판단한 결과”라며 설정에서 기능을 비활성화할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해당 기능은 기본적으로 ‘활성화 상태’로 출고되고 있으며, 샤오미 측에서도 해당 기능 비활성화를 추천하지 않을 만큼 실보다 득이 더 많다는 입장이다. 이 남자의 경우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진 않아 ‘해프닝’으로 끝나게 되었으나, 문제는 이 기능이 과연 운전자의 안전을 진심으로 위하는 것인지 의문을 들게 한다.
해프닝에 그쳤다면 그나마 다행일지 모른다. 하지만 SU7은 출시된 지 불과 몇 주 만에 사망 사고로 주목받은 전적이 있다. 2025년 3월 29일 밤, 안후이성의 고속도로에서 SU7이 자율주행 모드를 사용 중 공사 구간에 진입했다. 시스템은 해당 구간을 인식하지 못했고, 운전자가 수동 제어로 전환했지만 감속이 충분하지 않아 차량은 가드레일과 충돌 후 화재가 발생했다. 탑승 중이던 대학생 3명은 끝내 차 안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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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는 사고 직후 시스템 로그와 데이터를 경찰에 제공하며 조사에 협조한다고 밝혔고, 운전자에게도 일정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동안 SU7이 자사 마케팅에서 ‘스마트 주행’, ‘완전 자율에 가까운 경험’이라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온 것을 생각한다면 결국 과도한 기대감만 심어주고 책임은 소비자에게 떠넘긴 셈이다.
기술 결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SU7은 출시 이후 크고 작은 버그로 인해 리콜과 소프트웨어 패치가 반복되고 있다. 브레이크 제동력 저하, 실내조명 자동 점등 실패, 급속충전 중 통신 오류 등 기본적인 품질 문제가 잇달아 제기됐다. 불과 한 달 사이 최소 4차례의 OTA가 이루어졌고, 이는 오히려 차량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졌다. 일부 사용자들은 “수시로 오류 메시지가 뜨고, 충전 후 센터를 방문해야만 정상 복구된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일부 차량에서는 ‘운전자 없는 상태에서 도어 자동 잠금’ 기능이 오작동해 차량에 아이나 반려동물이 갇히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는 중국 포털에서 검색 트렌드 상위에 오르며 스마트 기능이 오히려 위험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이러한 결함이 반복되자 샤오미는 자사 공식 채널을 통해 2025년 6월 중순 리콜 대상 차량을 발표하고 점검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그리고 전기차의 시대는 분명히 도래했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가 곧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입증되지 않은 첨단 기술은, 오히려 검증된 구형 차량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SU7은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기술의 발전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단지 광고 문구와 주가 상승을 위한 포장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사용자와 사회를 고려한 설계였는지 말이다. SU7의 사례는 기술이 앞설수록, 그에 따르는 책임과 겸손 역시 그만큼 필요하다는 냉혹한 교훈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