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공간과 경쟁력 있는 주행거리
SUV 본연의 감성 담은 패밀리 전기차
아쉬운 OS, 완벽한 패키지에 그림자

“잘 만든 전기차가 이렇게까지 합리적일 수 있나?” 기아가 내놓은 준중형 전기 SUV ‘EV5’는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패밀리카의 정석’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공간, 가격, 성능의 3박자를 갖춘 EV5는 그간 전기차에 회의적이었던 소비자들까지도 다시 한번 눈길을 주게 만든다.

다만 눈에 띄지 않던 치명적인 단점이 고개를 들며, 이 완벽에 가까운 패키지에 균열을 내고 있다.

EV5, 대중을 겨냥한 ‘전기 SUV의 정석’

기아는 8일, 자사의 다섯 번째 전용 전기차 ‘EV5’의 내외관 디자인을 공식 공개했다.

EV5는 EV6와 EV9의 계보를 잇는 전기 SUV로, 특히 가장 대중적인 수요가 몰리는 준중형급 시장을 정조준한 모델이다. 전장 4,615mm, 휠베이스 2,750mm에 달하는 차체는 실내 공간에 여유를 더하며, 스포티지급 공간 활용도를 자랑한다.

외관은 기아의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가 반영돼 박시하면서도 역동적인 실루엣을 구현했다. 실내에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같은 사이즈의 디스플레이,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가 연결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끈다.

또한 냉난방 독립 제어가 가능한 3존 공조기, 2열 평탄화 시트, 슬라이딩 콘솔 트레이 등 가족 단위 사용자에게 적합한 기능들이 대거 탑재됐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사양도 개선됐다. 국내형 모델은 81.4kWh NCM 배터리를 채택해 중국형 LFP 대비 에너지 밀도와 효율을 높였으며, 롱레인지 모델 기준 1회 충전 시 최대 500km 주행이 가능하고, V2G 기능 등 첨단 편의 사양도 함께 제공된다.

‘완성도 높지만’, 발목 잡는 운영체제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EV5에도 아쉬운 한 부분은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한 해외 매체는 “운전 경험이나 주행 성능은 훌륭하지만, 기아의 운영체제는 여전히 경쟁사 대비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들이 직관적이고 반응 빠른 OS로 소비자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의 시스템은 여전히 개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EV5에는 기아 커넥트 기반 OS가 탑재되며, 복잡한 UI와 잦은 메뉴 탐색은 사용자 경험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지만, 물리 버튼을 활용한 공조 제어 패널과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지원 등으로 인터페이스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는 확인된다.

기아는 오는 2026년부터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플랫폼을 도입할 예정이지만, 그 이전에 출시되는 차량에는 해당 변화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EV5처럼 완성도 높은 모델일수록 이런 사소한 결점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합리적인 가격과 전략적 출시 시기…전기차 시장 반등 이끌까

EV5는 국내에서 7월 계약을 시작으로 8월 말부터 본격 인도가 시작된다. 광주 공장에서 연간 약 3만 대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국내형은 신흥국형 사양에서 한층 고도화된 버전으로 출시된다.

기아는 EV5를 스탠다드(58.3kWh)와 롱레인지(81.4kWh) 두 가지 트림으로 운영하며, 보조금 100% 수혜가 가능한 가격선인 5,300만 원 미만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호주, 한국 등지에서 이미 판매를 시작한 EV5는 400km부터 최대 555km까지 다양한 주행거리 옵션을 갖췄고, 경쟁력 있는 가격과 실용적인 구성으로 호평받고 있다. 특히 에어 롱 레인지 모델은 가격과 성능의 균형 측면에서 가장 추천받는 트림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 EV5는 단순한 신차가 아니라,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 흐름을 이끌 핵심 모델”이라며 “기술, 공간, 가격 삼박자를 두루 갖춘 만큼, 하반기 국산 전기차 시장 회복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아 EV5는 완성형에 가까운 전기 SUV다. 단 한 가지, 운영체제만 업그레이드된다면, 이 차는 누구에게든 추천할 수 있는 ‘완벽에 가까운 선택지’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