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정책, 전 세계에서 ‘속도 조절’…로드맵 늦춘다
||2025.06.24
||2025.06.24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EV) 전환에 '속도 조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국의 정책 기조가 연기되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도 내연기관차 생산 종료 계획을 재검토하며 무공해차 로드맵을 수정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완성차 업체 아우디는 최근 "2033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의 개발 및 판매를 종료한다"는 기존 계획을 공식 철회했다.
게르노트 될너 최고경영자(CEO)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7~10년간 유연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우디는 당초 내년까지 신형 내연기관 차량 출시를 중단하고, 2033년부터 순수 전동화 모델만을 판매할 방침이었지만, 이를 번복한 것이다.
아우디는 내연기관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위한 전용 라인업 출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국내에는 해당 플랫폼이 적용된 최초의 세단 '더 뉴 아우디 A5' 출시도 앞두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또 다른 독일 완성차 업체들도 내연기관차 생산 종료 시점을 늦추거나, PHEV 중심으로 생산 전략을 바꾸고 있다.
전기차 로드맵 수정은 업계뿐 아니라 각국 정부 정책에서도 나타난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바이든 정부 시절 추진했던 캘리포니아주의 내연기관차 규제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해당 정책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EV 판매 의무화) ▲대형 화물차의 무공해화 ▲저질소산화물 배출 기준 설정 등을 포함했지만, 이 같은 규제를 무효화 한 것이다. 이에 반발한 캘리포니아주 등은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2차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에서 무공해차 관련 예산을 5000억원 이상 삭감했다. 감액 대상 사업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았지만,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편성된 예산이 모두 쓰이지 않아 삭감했다는 방침으로 볼 때 정책 후퇴로만 단정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무공해차 전환에 대한 정부 기조가 일정 부분 완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이라는 큰 방향성에는 변함 없지만 세계적인 수요 둔화(캐즘) 등 현실적 제약을 감안해 유연한 전략을 취하려는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