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대기에도 “서로 사겠다고 난리”…엄청난 인기에 정말 매력적이라는 ‘車’
||2025.06.11
||2025.06.11
“당장 계약해도 1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신차 발표가 아니었다. 지금 이야기하는 건 바로 현대차의 경형 전기 SUV, ‘캐스
퍼 일렉트릭’ 이야기다.
자동차 업계에서 흔치 않은 ‘출고 대기 1년’ 현상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 일부 옵션을 고르면 대기 기간은 22개월까지 길어질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차가 고가 프리미엄 차량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차의 최대 무기는 ‘실용성과 가성비’, 그리고 ‘가벼운 전기차 혜택’이다.
캐스퍼 EV는 출시 초기만 해도 월 몇 천 대 수준의 국내 수요에 대응 가능한 생산 체제를 갖췄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유럽, 호주, 일본 등 해외 수출이 본격화되며 사정은 급변했다.
‘인스터(INSTER)’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선보인 이 차는 가격 대비 성능에서 호평을 받으며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올해 1~4월 동안 캐스퍼 EV는 총 1만9044대가 팔렸고, 이 중 대부분이 수출됐다.
현대차는 2025년 말까지 66개국에 캐스퍼 EV를 공급하겠다는 계획 아래, 올해 생산 예정 물량 4만7700대 중 약 90%를 해외로 돌렸다. 자연히 내수 공급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생산을 맡고 있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노사 갈등도 발목을 잡았다. 임금 인상과 호봉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공장은 올해 초부터 부분 파업과 전면 파업을 반복해왔다. 이에 현재 가동률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만든 차량의 전기차 모델이 원조 모델보다 더 많이 팔리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캐스퍼 일렉트릭은 이 변칙적인 공식의 주인공이 됐다.
올해 1~4월 기준, 국내에서 캐스퍼 EV는 3215대가 팔렸고, 내연기관 캐스퍼는 2484대에 그쳤다. 특히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았던 1월을 제외하면 2~4월은 매달 전기차 모델이 더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차 내 다른 모델과 비교해보면 이 사례는 더욱 눈에 띈다. 같은 기간, 코나는 내연기관 6238대, 전기차 1198대였고, 포터는 내연기관 1만5924대, 전기차 3605대였다.
심지어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G80은 내연기관 모델이 1만4545대 팔린 반면 전동화 모델은 400대에 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이 일시 정체된 지금, 캐스퍼 EV는 전기차 전환 성공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앞으로도 상품성이 뛰어난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뛰어넘는 흐름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캐스퍼 EV는 내연기관과 달리 실용성과 공간, 안전성을 동시에 겨냥했다. 경형 SUV였던 기존 모델보다 차체가 더 커졌고, 2열 공간이 넓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덕분에 2000만원 중후반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페달 오조작 방지 보조 시스템’을 탑재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작지만 안전과 실용을 고루 갖춘 전기차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캐스퍼 EV가 전동화 모델도 상품성이 좋다면 내연기관 판매량을 앞지를 수 있다는 좋은 예가 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