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캐스퍼를 누가 사?” … 성공 공식이 깨졌다, 길거리에서 점점 사라지는 이유
||2025.06.09
||2025.06.09
‘불황일수록 경차가 잘 팔린다’는 공식이 올해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경기 둔화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관심은 작고 실속 있는 차가 아닌, 크고 편리한 차로 향하고 있다.
연간 경차 판매량이 7만 대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지며 경차의 존재감이 길거리에서 점점 옅어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6월 8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5월 국내에서 등록된 경차는 5천626대로 전년 동기 대비 37.4% 급감했다.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등록 대수 역시 3만809대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8%나 줄었다.
이 흐름대로라면 올해 경차 판매량은 7만 대는커녕 10만 대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작년 판매량도 9만9천211대로 이미 전년보다 20%나 줄어든 상황이다.
과거에는 경기 불황이 오면 경차가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들은 레저용 차량(RV) 등 넉넉한 공간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대형차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다.
특히 SUV의 인기가 여전한 가운데, 현대차가 2021년 9월 출시한 경형 SUV ‘캐스퍼’가 한때 반짝 흥행에 성공하며 경차 시장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렸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연간 13만4천294대로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경차 라인업이 부족하다는 점도 결정적인 요인이다.
쉐보레 스파크가 단종된 후, 현재 국내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경차는 기아의 모닝·레이·레이EV, 현대의 캐스퍼뿐이며, 캐스퍼 기반의 전기차인 캐스퍼EV조차 크기가 커져 소형차로 분류되면서 경차로 인식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경차 침체의 배경으로 소비자의 ‘큰 차’ 선호, 낮은 수익성, 그리고 신차 부재를 꼽고 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수요 둔화와 대형차 선호가 겹치면서 경차 시장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눈에 띄는 신차가 등장하지 않는 한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 진단했다.
국내 업체들이 수익이 낮은 경차보다 중대형 차종에 집중하는 것도 시장 흐름에 기름을 붓고 있다. 작아도 강하다는 경차의 매력, 이제는 다시 꺼내보기 어려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