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한 꿈이었는데 “이럴 수가”.. 테슬라 선택에 현대차·기아는 ‘초록불?’
||2025.06.08
||2025.06.08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 테슬라가 수년간 고심 끝에 인도에서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고율 관세를 감수하고도 완성차를 수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같은 결정은 현대차와 기아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도 정부가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현지 생산을 유도하며 전례 없는 혜택을 내걸었지만, 테슬라가 이를 마다한 이유와 그 여파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최근 ‘전기 승용차 제조 촉진 계획(SPMEPCI)’을 공식화하며, 외국 전기차 업체들의 현지 생산을 적극 유도하고 나섰다.
핵심은 수입 관세 파격 인하다. 5억 달러(약 688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3년 내 공장 가동을 시작하면, 원래 70%에 달하던 수입 관세가 15%까지 낮아진다. 이 혜택은 연간 최대 8000대까지 적용된다.
이 정책은 사실상 테슬라를 겨냥한 ‘맞춤형 인센티브’로 해석됐다. 인도는 세계 1위 인구 국가이자,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이다. 여기에 전기차 비중은 아직 2.5%에 그치지만, 정부는 2030년까지 이를 30%로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테슬라는 기대와 달리 현지 생산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쿠마라스와미 인도 중공업부 장관은 “테슬라는 단지 전시장만 열고 수입차를 판매하는 방향으로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벤츠, 폭스바겐, 그리고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 내 생산 투자에 긍정적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테슬라의 철수는 현대차·기아에겐 ‘호재’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인도를 미래 모빌리티 거점으로 삼고 전기차 전략을 단계적으로 실행 중이다. 2030년까지 총 5종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며, 현지 전략형 모델부터 수입차까지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올해 초 현대차는 인도 현지에서 처음 생산한 크레타 EV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전기차 공략에 나섰다. 기아도 전략 차종인 시로스의 전기차 버전을 2026년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기업의 인도 내 입지는 아직 제한적이다. 지난해 전기차 시장 점유율 기준 1위는 타타모터스로 6만여 대를 판매했으며,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910대와 408대로 8위와 10위에 머물렀다. 따라서 글로벌 브랜드인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현지에 진출했다면, 이들에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었다.
테슬라의 현지 생산 철회는 단순한 전략 변경이 아니다. 인도 정부의 지원을 뿌리치면서까지 자국 생산을 회피한 것은, 고율 관세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이자, 동시에 인도 시장의 리스크를 일정 부분 인정한 행보로 해석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 입장에선 가장 까다로운 경쟁자가 빠진 셈”이라며 “앞으로 보조금 정책에 맞춰 인도 시장 전용 모델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도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대형 시장이기 때문에, 글로벌 판매량 확대의 주요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테슬라가 한 발 물러선 지금, 그 빈자리를 메우려는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현대차와 기아가 다시 한 번 부상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