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 대로 시작해, 수십억 달러를 굴린… 전설이 된 88세 억만장자
||2025.06.08
||2025.06.08
(래디언스리포트 정서진 기자) 지난 6월 6일, 프랑스 르망 인근 도로를 질주한 단 한 대의 하이퍼카가 전 세계 자동차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포르쉐가 제작한 도로 주행용 원-오프 하이퍼카 ‘963 RSP’. 하지만 이 전설적인 차를 손에 쥔 단 한 사람, 로저 S. 펜스케(Roger S. Penske)의 이름은 자동차보다 더 큰 울림을 남긴다.
88세의 나이에 여전히 모터스포츠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그는, 이 특별한 차량의 유일한 주인이다. 경주차를 도로로 끌고 내려온 이 놀라운 프로젝트는 그를 위해 존재했고, 그의 이름 이니셜을 따 'RSP'라는 명칭까지 부여됐다. 그렇다면 과연 이 사나이는 누구이기에 포르쉐가 수천억 원대의 기념비적 슈퍼카를 그에게 헌정했을까?
경주용 슈퍼카의 주인, 그 이름 ‘더 캡틴’
로저 펜스케는 단지 자동차를 좋아하는 부자가 아니다. 그는 자동차 산업과 모터스포츠 역사에 족적을 남긴 살아 있는 전설이다. 1937년 미국 오하이오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 뛰어난 레이싱 드라이버로 이름을 알렸다. 1961년에는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서 ‘올해의 드라이버’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진정한 전설로 남게 된 것은 1965년, 드라이버에서 은퇴하고 펜스케 코퍼레이션을 설립하면서부터다. 그는 자동차 판매, 트럭 리싱, 물류, 레이싱 팀 운영까지 자동차와 관련된 거의 모든 산업을 아우르며, 2025년 기준 약 57억 달러(한화 약 7조 8천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거물로 성장했다.
그의 순자산은 포브스 기준으로 미국 자수성가 기업가 순위 상위권에 속하며, 그가 이끄는 펜스케 그룹은 매년 350억 달러 이상을 굴리는 대규모 복합 운송 네트워크다. 단순한 수집가나 사업가가 아니라, 자동차로 경제를 움직이는 인물인 셈이다.
수백 대 차량 소유, 트랙과 도로를 넘나드는 자동차 제국
로저 펜스케는 실질적인 ‘차량 제국의 황제’라 불린다. 그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기업들은 전 세계 3천여 개 지점에서 약 43만 대의 트럭과 상용차를 운영 중이다.
그의 자동차 유통 계열사인 펜스케 오토모티브 그룹은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등지에서 약 400개 이상의 자동차 딜러십을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유통 점유율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의 개인 차고도 범상치 않다. 미국 애리조나에 위치한 펜스케 레이싱 박물관에는 그가 직접 몰았던 1963년형 폰티악 카탈리나, 인디500 우승 차량, 포르쉐 IROC RSR, 맥라렌 M16 등 레이스의 역사라 불릴만한 차량들이 전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페라리 512, 렉서스 LFA, 포르쉐 RS 스파이더 같은 희귀 슈퍼카들이 그 안을 채우고 있으며, 그의 컬렉션은 단순한 수집을 넘어 산업의 상징이자 기술 보존의 결정체라 평가된다.
요트와 전용기까지… 그가 움직이는 영역
로저 펜스케의 삶은 도로 위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미국 미시간 블룸필드 힐스와 매사추세츠 낸터킷에 고급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72m 길이의 슈퍼요트 ‘포디움(Podium)’, 그리고 걸프스트림 G280 전용기 두 대를 운용 중이다.
그의 자산은 땅 위뿐 아니라 하늘과 바다까지 확장돼 있으며,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늘 '자동차'가 있었다.
하이퍼카를 일상처럼, 하지만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삶
펜스케가 소유한 963 RSP는 단순한 슈퍼카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 최정상 경주차를 도로에 올려놓은, 극단적인 기술과 감성의 결정체다. 이 차량은 실제로 르망 인근에서 공도 주행에 성공했지만, 법적으로는 ‘특별 조건 하의 주행’만 허용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 차를 타고 직접 심부름이라도 나갈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그의 존재가 이미 자동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차량에는 펠터 헤드셋 보관함, 3D 프린트 컵홀더, 고급 가죽으로 감싼 헬멧까지 갖춰져 있다. 이는 기술적 성취를 넘어 ‘펜스케의 취향’이 완벽하게 반영된 차량이기도 하다.
전설의 사나이, 여전히 속도를 멈추지 않다
로저 펜스케는 단지 자동차를 많이 가진 사람도, 오래 산 부자도 아니다. 그는 모터스포츠에서 500회 이상 우승, 40개 이상의 챔피언십을 거머쥔 팀 오너이자, 인디카 시리즈, 인디애나폴리스 500, 그리고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 자체를 인수한 인물이다.
모터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그는 지금도 트랙 위에서 직접 전략을 지휘하고 있다. 이 차는, 오직 그를 위해 도로 위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