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쫙 깔리겠네” .. 억 소리 나는 번호판 車, 예상치 못한 결과에 ‘어쩌나’
||2025.06.08
||2025.06.08
“번호판 색 하나 바꿨을 뿐인데, 고급차가 더 고급져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법인 고가 차량의 사적 사용을 막겠다며 도입한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도입 1년 만에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제 연두색은 억제가 아닌, 선호의 대상이 됐다.
도입 당시만 해도 고가 수입차에 ‘딱지’를 붙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나는 법인으로도 이 정도 차를 산다’는 식의 과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책이 원했던 변화는 사라지고, 새로운 소비 문화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2024년 5월 기준, 연두색 번호판을 단 법인차의 수입차 구매량은 전년 대비 23.4% 증가했다.
전체 수입차에서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승했다. 특히 1억원 이상 고가 차량은 특히 더 많이 팔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이 범주의 판매량은 22.3% 증가한 1만 2,221대에 달했다.
과거에는 8,000만원 기준에 맞추기 위해 일부러 옵션을 줄이거나 트림을 낮추는 ‘꼼수’가 있었지만, 이제는 “번호판도 고급의 상징”이라며 고가 트림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객들의 반응은 분명하다. “흰색보다 연두색이 더 눈에 띈다”는 것이다.
처음 연두색 번호판은 2023년, 8,000만원 이상 법인차에 의무화되며 등장했다.
그러자 업계에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등록하는 ‘다운계약’이나 개인 명의로 등록 후 보험만 법인용으로 바꾸는 편법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이를 감지하고, 국토교통부가 올해 법인차 등록 내역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기준 가액과 실제 취득가를 비교하고, 과세당국이나 경찰에 조사를 요청할 방침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과는 별개로, 이미 소비자 인식은 변해 있었다. 연두색은 단순한 규제가 아닌, 소비자 선택의 요소가 되어버린 셈이다.
포르쉐, 벤츠, 마세라티, 롤스로이스 등 고가 수입차 브랜드들은 오히려 이 흐름에 발맞춰 1억원 이상 모델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1억원 이상 수입차는 2023년 7만 8,000대에서 2024년 6만 2,000대로 줄었지만, 이유는 경기 침체와 같은 외부 요인 때문이지 번호판 규제 때문은 아니었다.
정책이 시장을 움직이려 했지만, 결국은 소비자의 심리가 방향을 정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법인차를 감추려는 게 아니라, 이제는 드러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결국 연두색 번호판 제도는 소비를 억제하기보다는,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든 셈이다. 규제보다 더 강력한 것은 사람들의 욕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