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팔아요” .. 만들자마자 다 팔린다는 현대차 소식에 ‘이 정도라고?’
||2025.06.08
||2025.06.08
5월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보여준 행보는 흥미로웠다. 친환경차 전체 판매는 줄었지만, 고성능 모델 아반떼 N은 141%의 급증세를 기록했다. 엔진차의 저력이 다시 주목받는 장면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가운데, 현대차의 EV 판매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정반대에서 터진 고성능 모델의 ‘깜짝 흥행’은 단순한 돌발 이벤트가 아니었다. 기술력, 가격, 전략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며 현대차 N 브랜드의 존재감을 새삼 각인시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미국 시장에서 17만251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는 9만1천244대(8.1%), 기아는 7만9천7대(5.1%)를 각각 판매해 두 브랜드 모두 8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친환경차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총판매는 3만2천473대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특히 전기차(EV) 판매량은 7천597대로 무려 47.1% 줄었으며, 반면 하이브리드는 2만4천876대로 24.9% 증가해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현대차 측은 “EV9 신모델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많아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지만, 미국 내 EV 전반의 위축 흐름은 부인할 수 없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도 고성능 모델 아반떼 N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현대차는 “5월 아반떼 N(현지명 엘란트라 N) 판매량이 전년 대비 141% 급증하며 2021년 출시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고성능 모델은 초반 인기를 끌다 하락하는데, 이례적이다.
판매 급등의 배경에는 ‘가성비’가 있다. 북미 기준 아반떼 N은 3만4천~3만6천 달러 수준으로, 경쟁 모델인 혼다 시빅 타입 R이나 폭스바겐 골프 GTI보다 저렴하다. 그럼에도 성능은 동등하거나 오히려 낫다는 평가다.
또한 지난해 자동변속기(DCT) 모델이 추가되면서 수동변속기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이로 인해 구매층이 넓어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성능과 가격 모두를 잡아낸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미국 시장에서 고공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6,948대였던 판매량은 지난해 7만 5,003대로 10배 이상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도 역대 최대치인 1만7,508대를 팔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현대차는 플래그십 전기 SUV ‘GV90’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GV90은 제네시스 최초의 F세그먼트 SUV로,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 ‘eM’을 기반으로 개발 중”이라며 “2025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GV70, GV80 등의 판매량이 이미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GV90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렉서스·BMW·벤츠 등과 정면 승부를 벌일 핵심 카드로 꼽힌다.
전기차 전환 흐름 속에서 현대차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았다. EV는 부진했지만, 내연기관 고성능차와 프리미엄 전략은 빛을 발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도 여전히 ‘운전의 재미’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현대차가 다시 증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