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대⑥] 네카쿠배 ‘플랫폼 생태계’ 재편 신호탄
||2025.06.06
||2025.06.06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으로 플랫폼 시장 전반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수수료 상한제 도입, 단체협상권 부여 등 규제 공약들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사업모델에도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플랫폼 공정경제를 핵심 의제로 삼아왔다. 특히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 해소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종합적인 규제 체계 구축을 약속했다. 다만 취임사에서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며 실용적 접근을 시사하기도 했다.
온플법 제정 추진되나...속도는 변수
새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이른바 '온플법(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이 거론되고 있다. 연매출 3조원 이상, 시장가치 15조원 이상, 이용자 1000만명 이상 등의 기준을 충족하는 플랫폼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규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쿠팡·구글·애플·아마존 등 국내외 빅테크 기업 대다수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플법의 핵심은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독점적 지위 남용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경쟁 제한성을 추정해 기업이 무죄를 입증하도록 하는 '증명 책임 전환' 제도다. 기존 사후 규제에서 사전 규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이다.
거대 플랫폼의 불투명한 운영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만큼, 새 정부는 플랫폼 알고리즘 투명성과 계약 조건의 공정성 제도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약관 서면 교부 의무, 노출 기준 등 알고리즘 주요 변수 정보 제공 의무, 이용 계약 해지 및 중지의 사전 고지 의무 등이 포함돼 입점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배달앱 시장에는 수수료 상한제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2024년 말 자율적으로 '상생요금제'를 도입해 매출 규모별로 2~7.8%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두 업체가 배달앱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여전히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으로 수수료 상한제 법제화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주요 변화는 단체협상권 부여다. 가맹점주, 대리점주, 수탁사업자, 온라인 플랫폼 입점사업자 등에게 '단체 등록제'와 '단체 협상권'을 부여해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을 강화한다는 공약이다. 이는 개별 사업자 대 플랫폼 기업이라는 1:N의 비대칭적 관계를 N:1의 집단적 협상 관계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플랫폼 기업의 정책 결정 과정에 새로운 이해관계자가 등장하게 됨을 의미한다.
플랫폼 기업 사회적 책임 강화 추진
새 정부는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공약도 제시했다.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는 '오늘만 할인', '무료 체험 후 자동 유료 전환' 등 다크패턴 규제 강화에 나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크패턴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 계획에 이를 포함하고 있어 새 정부 하에서 관련 정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짜뉴스 모니터링, 참사·재난 피해자 온라인 명예보호, 디지털 서비스 장애 발생 시 조치·보고·고지 등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국내 발생 매출액 신고 의무, 망이용계약 제도화 등을 통해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도입도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보완 입법도 추진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 조항을 도입했으나, 구글과 애플이 외부 결제에도 26% 안팎의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 사실상 인앱결제를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새 정부는 외부 결제에 차별적 조건 부과 금지, 타당한 수준의 수수료 책정 의무 부과, 영업보복 행위 원천 차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배달종사자 처우 개선도 동시에 추진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고용 형태나 계약 명칭과 무관하게 일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을 공약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촉진과 사회연대경제 확산도 병행 추진돼 플랫폼 기업의 공공적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통상마찰 우려로 핀셋 규제 가능성
새 정부의 플랫폼 규제 강화 방침에 대해 업계와 시민단체의 반응은 엇갈린다. 업계에서는 지나친 사전 규제가 혁신을 저해하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내 매출이나 이용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실질적인 규제가 어렵고, 자칫 국내 기업만 규제받고 해외 기업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역차별' 우려가 크다.
수수료 규제의 경우 업계는 수수료 인하가 배달비 인상 등 다른 비용 요소로 전가되는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단체 협상권 도입이 '정상적인 경영활동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플랫폼 업계의 불공정 거래 행위가 '자율 규제'로는 근절되기 어렵다며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환영한다. '티몬'과 '위메프' 사태와 같은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규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세종은 "새 정부에서는 지난 수년간 이어져온 플랫폼 규제에 관한 난맥상을 해결하려는 정책 접근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온라인 플랫폼법을 제정해 입점업체 보호 및 상생협력을 강화하고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방지해 플랫폼시장의 자정기능 강화 및 경쟁촉진을 도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구글·애플 등 미국 기업을 겨냥한 인앱결제 규제는 무역마찰 소지가 크다. 실제로 미국 측이 한국의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하며 강하게 반발한 전례가 있어, 새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온플법이 추진되더라도 입법 속도 조절이나 적용 대상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조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면 규제보다는 과도한 수수료율 책정 금지, 입점업체 단체협상권 부여 등 핀셋 법안을 우선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표방하며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강조한 바 있어, 업계와의 대화를 통한 점진적 접근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으로 플랫폼 규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플랫폼 경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수수료 상한제와 단체 협상권 등이 도입될 경우 플랫폼 기업들의 수익 구조와 입점업체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제도 설계와 사회적 합의 여부에 따라 플랫폼 시장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