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스만 보고 좀 배웠으면…" 포드 픽업트럭, 끝판왕이란 이런 것
||2025.06.04
||2025.06.04
(래디언스리포트 신재성 기자) 기아가 내놓은 픽업트럭 '타스만'에 쏠린 관심은 곧 국내 소비자들의 갈증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하지만 진짜 픽업트럭의 끝판왕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포드의 새로운 야심작을 들여다봐야 한다.
바로 2025년 4월 공개된 ‘포드 레인저 슈퍼 듀티’다. 포드가 자랑하는 ‘Built Ford Tough’ 철학을 미드사이즈 픽업에 집약한 이 모델은, 단순히 강력한 것이 아니라 ‘왜 이 정도 성능이 필요한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픽업트럭의 이정표다.
2025년 6월 기준, 이 모델은 공식적으로 호주와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시장 중심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2025년 하반기부터 주문 가능, 실차 인도는 2026년 상반기로 예고돼 있다.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 시장에도 공식 출시 계획은 없지만, 국내 커뮤니티와 병행수입 시장에서는 이 차량을 향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부 병행 수입업체들은 벌써부터 ‘레인저 슈퍼 듀티 직수입 가능 여부’를 문의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차량이 ‘끝판왕’이라 불리는 이유는 단순한 외형 때문이 아니다. 기존 포드 레인저 대비 차량 총중량(GVM)이 3.1톤에서 4.5톤으로 상승하고, 견인 능력 또한 4,500kg까지 확대됐다. 이는 일반적인 트레일러를 넘어, 중장비나 보트를 무리 없이 견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총결합중량(GCM) 8톤이라는 수치는 동급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수치다.
슈퍼 듀티는 단순히 ‘세게 만든’ 차가 아니라 실사용자 중심의 철저한 현장 설계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포드는 실제 산업 현장의 플릿 매니저, 농장주, 산림 관리자 등 50곳 이상의 기업 및 기관과 협업하여, “실제로 필요한 픽업트럭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도출했다. 그렇게 태어난 이 모델은 말 그대로 ‘일하는 차’를 위한 끝판 장비다.
외형부터 압도적이다. 차량 전면에는 대형 ‘SUPER DUTY’ 레터링이 새겨진 보닛과 개방형 메쉬 그릴, 프레임 마운트 강철 범퍼, 33인치 제너럴 그래버 타이어, 스퀘어형 오버펜더, 그리고 스노클 흡기 시스템까지 탑재되어 있다. 모두가 험로 주행과 극한 환경에서의 생존력을 고려해 설계된 요소들이다. 차고 또한 높아졌고, 트랙은 넓어졌으며, 접근각과 램프각, 이탈각까지 모두 재설계되어 오프로드 특화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국내 레인저와의 차이점이 흥미 포인트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포드 픽업트럭은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레인저 랩터’가 대표적이다. 와일드트랙은 고급 편의사양을 강조한 도심·레저용 모델이고, 랩터는 오프로드 성능을 특화한 고성능 트림이다. 하지만 이 두 모델조차도 슈퍼 듀티와는 차체 구조와 용도 자체가 다르다.
슈퍼 듀티는 F-시리즈가 부재한 시장에서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탄생한 모델로, 말 그대로 중형 픽업의 껍질을 쓴 대형 상용트럭에 가깝다. 엔진은 3.0L V6 터보 디젤이며, 강화된 냉각 시스템, 변속기 쿨러, 차체 하부 스틸 보호판, 그리고 침수 방지를 위한 라이즈드 브리더까지 갖췄다. 국내 모델들과는 구조적 범주 자체가 다르다.
실내 또한 작업자 편의를 고려한 설계다. 12인치 디스플레이, 오버헤드 보조 스위치, 장비 고정을 위한 디바이스 마운트 시스템 등은 단순한 편의사양을 넘어, 실제 장비 운용과 업무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설계다.
여기에 ADAS 기능도 빠지지 않는다. 360도 카메라, 트레일러 커버리지 포함 사각지대 경고, 자동 긴급제동, 후방 크로스트래픽 브레이크 등은 대형 트럭 운용 시 필수 기능으로, 슈퍼 듀티는 이를 모두 기본으로 갖췄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국내에는 공식 출시 계획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레인저 슈퍼 듀티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차가 한국에만 들어온다면 바로 계약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픽업 마니아층 사이에서는 “타스만 보고 좀 배웠으면…”이라는 표현이 회자될 정도다. 기아 타스만이 라이프스타일·레저 중심이라면, 슈퍼 듀티는 오직 일과 극한 환경을 위해 태어난 픽업트럭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사실 포드는 이 모델을 애초에 F-150이 판매되지 않는 글로벌 시장용 전략 차종으로 기획했다. 미국과 한국처럼 대형 픽업이 유통 중인 시장에서는 오히려 판매할 이유가 적다고 판단한 것이다. 레인저 슈퍼 듀티는 그렇게 탄생한 '틈새 전략'의 결과물로, 중형 픽업의 틀 안에서 대형 트럭의 능력을 구현한 새로운 장르라 할 수 있다.
픽업트럭의 역할을 다시 묻는 질문
슈퍼 듀티의 등장은 단순히 “더 센 차가 나왔다”는 것이 아니다. 픽업트럭이 레저를 넘어 산업·생산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는 사례다. 이는 국내 시장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현재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며, 타스만의 출시와 함께 ‘국산 픽업’ 시대가 열릴 조짐이다. 그러나 진짜 워크호스로서의 기준을 따지자면, 슈퍼 듀티는 그 상징과도 같은 모델이다.
실제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픽업트럭의 비중은 미미하지만, 레인저는 예외적인 사례다. 2025년 6월 현재 포드 코리아는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랩터 모델을 정식 유통 중이며, 판매량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슈퍼 듀티가 국내 정식 출시될 가능성은 낮지만, 병행 수입을 통해 소량 유입될 경우 “업무용 특수차량” 또는 “고급 오프로더”로서 틈새 수요를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시장에 필요한 건, '정말 일 잘하는 차'
레저를 위한 픽업트럭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업 인프라와 현장 운용에 적합한 ‘진짜 일꾼’ 픽업트럭에 대한 인식도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다. 포드 레인저 슈퍼 듀티는 그런 의미에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기술적 자극과 방향성을 동시에 제시하는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