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게 터졌다”, “살고 싶습니다”…잘나가던 자동차 브랜드가 어쩌다가
||2025.06.02
||2025.06.02
“우리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살고 싶다.”
스웨덴 볼보자동차 직원들의 익명 메시지가 익숙한 글로벌 브랜드의 낯선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자존심이라던 볼보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익성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3천 명 해고’라는 극단적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최근 볼보는 전 세계 사무직 인력의 7%에 해당하는 약 3000여명의 직원들의 정리해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리해고는 주로 스웨덴 본사와 현지 컨설턴트를 포함해 2200명이 대상이며, 나머지는 해외 법인에서 감원이 진행된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지난달 발표한 180억 크로나(한화 약 2조6천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계획의 일환이다.
CEO 하칸 사무엘손은 “이번 결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며, “지금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선 더 강하고 유연한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보가 내몰린 배경에는 유럽과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있었다. 올 1분기, 회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2%나 급감하며 18억7400만 크로나(한화 약 2700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7.2%에서 2.3%로 떨어졌다.
특히 프리미엄 모델 판매량이 유럽에서 6%, 중국에서는 20%나 감소했다. 반면 연구개발(R&D) 비용은 오히려 11% 증가했다. 판매는 줄고, 투자비는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미국의 25% 수입차 관세까지 겹치며 볼보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회사 관계자는 “판매 부진과 기술개발 투자, 외부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전했다.
한편 볼보는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고정비를 줄이고, 2026년부터는 비용 절감의 효과를 본격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명성,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 그리고 세계 각지의 현지화 전략이 삼박자로 작동하지 않는 한, 볼보는 지금보다 더 큰 풍랑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무엘손 CEO는 주주 서한을 통해 “전략은 분명하다. 그러나 단기 성과도 반드시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며, 실적 반등을 위한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