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4천만 원 달라”.. 현대차 노조, 선 넘은 요구에 업계 난리 난 상황
||2025.05.29
||2025.05.29
한국 자동차 산업이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이하 현대차 노조 측이 2025년 단체교섭을 앞두고 1인당 최대 4000만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최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노조는 성과급 외에도 정년 연장, 파업 투쟁 강도 강화 등 기존 요구 사항을 고수하고 있어, 자동차 업계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조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만7000여 명의 조합원 중 60% 이상이 ‘3500만~4000만원’의 성과급 수준이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이 외에도 3000만~3500만 원(23.86%), 2500만~3000만 원(14.16%) 등이 뒤를 이었다. 이를 전체 노조원 수로 환산하면 총 성과급 규모는 약 2조8000억 원에 달한다. 2024년 현대차의 영업이익(14조2396억 원)의 20%가 넘는 금액으로, 기업의 수익 구조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자동차 업계와 경제 전문가들은 현대차 노조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공격적인 시장 진출 등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이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하반기 자동차 수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11%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와 내수 시장 정체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인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간 1억 원에 가까운 급여를 받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고액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사회적 정서와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산업 관계자는 “성과급 4000만 원은 많은 중소기업 과장 연봉 수준”이라며 “업황이 악화되는 시점에 대규모 상여금을 요구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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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요구 외에도 노조는 정년 연장을 주요 안건으로 제시했다. 현재 현대차의 정년은 만 60세이며,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합원의 49.4%가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실상 정년을 63세까지 늘려달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그러나 급격한 인건비 상승과 조직 경직성 심화 우려로 인해 사측의 수용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조는 단체교섭이 결렬될 경우 강도 높은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 조합원 울산 집결 대규모 투쟁’(25.3%), ‘단시간 반복 파업’(17.1%), ‘전일 파업’(15.7%) 등 강경한 투쟁 방식이 설문 응답에 다수 포함됐다. 이는 실제 교섭 국면에서 상당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임단협 협상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생존과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노조가 한 발 물러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 산업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협력업체와 부품업계, 지역경제를 포괄하는 생태계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의 역할 역시 보다 책임 있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높은 조직력과 협상력을 바탕으로 상당한 성과를 얻어왔지만, 지금은 위기 극복을 위한 유연한 사고가 절실하다”며 “6월 예정된 임금협상에서 합리적인 요구로 절충점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국 노사가 함께 현실을 직시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단기적 이익을 쫓는 행보가 장기적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