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극장·OTT… 각자도생 불가능해진 2·3위 연합
||2025.05.14
||2025.05.14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병을 추진하면서 멀티플렉스 영화관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객 회복이 더딘 가운데 실적 악화와 사업 다각화 부진이 겹치며 독자 생존이 어려워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넷플릭스 1강 체제가 굳어진 OTT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CJ ENM과 SK스퀘어는 2023년 말 티빙과 웨이브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영화관과 OTT 모두 ‘중복 투자 제거’와 ‘비용 효율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목표다.
관객 줄어 실적 회복 어려운 영화계
12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관 누적 관객 수는 1억2313만명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누적 관객 수 2억2667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32.6%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파묘’가 상영된 영향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관객 수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합병을 추진하는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중앙(메가박스)의 어려움은 실제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연결 매출이 전년 대비 19.63% 감소한 4517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흑자 전환해 2억7663만원이다. 메가박스중앙은 지난해 매출 2916억원, 영업손실 134억원으로 집계됐다. 흥행작 부재도 영화관 산업 위기 원인이 됐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KOFIC) 집계 결과 올해 가장 관객 수가 많은 영화는 누적 관객 수 301만명의 ‘미키17’이다.
티빙·웨이브처럼 비용 효율화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합병은 중복 투자 제거와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 구축 등의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5월 8일 합병을 통해 각 사에서 확보한 IP와 축적한 제작 노하우를 활용해 양질의 신규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복 투자 제거는 영화관 운영비와 배급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모두 상영관을 운영하는 홍대 입구는 지점을 통합해 운영비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또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등 각각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중앙의 투자배급 부문도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 합병은 CJ ENM과 SK스퀘어가 추진하는 티빙·웨이브 합병 이유과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CJ ENM의 티빙과 SK스퀘어의 웨이브는 모두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기존 콘텐츠 수급 등을 위해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양사 모두 출범 이후 한 번도 이익을 낸 적 없다. 티빙은 지난해 영업손실 710억원, 웨이브는 영업손실 277억원을 냈다.
업계는 티빙과 웨이브 합병 추진을 글로벌 1위이자 국내 점유율 1위 OTT 넷플릭스 대항책으로 본다. 넷플릭스가 갖춘 규모의 경제에 대항하려면 힘을 합쳐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중복 투자를 줄이고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는 말이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닌 비독점 콘텐츠를 수급하기 위해 티빙과 웨이브가 각각 비용을 내는 게 아니라 합병법인이 한 번만 지급하면 되는 셈이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 합병 효과와 같다.
예상 합병 시너지도 비슷
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중앙 합병 시 예상 시너지도 비용 효율화를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 규모의 경제를 통한 해외 진출 시너지 확대 등 티빙·웨이브 합병 시너지와 유사하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은 CJ ENM과 SK스퀘어가 2023년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부터 거론된 이야기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에 대항할 수 있는 토종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영화관은 OTT와 달리 해외 영화관 브랜드와 직접 경쟁하는 건 아니다. 대신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해외에 진출할 때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 합병으로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도 탄생할 수 있다. CJ ENM 콘텐츠를 보유한 티빙과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보유한 웨이브 합병으로 K콘텐츠 대부분을 유통하는 대형 플랫폼 탄생을 기대하는 것과 비슷하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 합병은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운영하는 영화관에 더해 공연장과 놀이시설 결합을 가능케 한다.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컬처웍스는 뮤지컬 공연을 위한 ‘샤롯데시어터’를 운영한다. 메가박스중앙은 2022년 놀이시설 브랜드 ‘플레이타임’을 인수했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이 합병할 경우 영화관, 공연장, 놀이시설이 하나로 뭉친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형성될 수 있는 셈이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한국 영화산업이 극장 수익 악화로 투자가 위축되면서 신작 영화가 축소돼 관객 수가 줄고 그 영향으로 다시 극장 수익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겪는 가운데 멀티플렉스 3사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기훈 연구원은 “메가박스는 수익 개선 여력이 매우 제한적이었는데 롯데컬처웍스와 체결한 합병 MOU를 통해 중복 투자 제거 및 해외 시장 진출, 재무 건전성 강화 등 다양한 시너지를 도모할 것이다”라며 “롯데컬처웍스가 2위 사업자인 만큼 합병 시 존속 법인 혹은 최대주주는 롯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