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6엔진을 경제적으로, 현대차 스타리아 LPG [시승기]
||2025.05.04
||2025.05.04
최근 자동차 시장은 파워트레인을 중심으로 변화의 흐름을 맞고 있다. ‘고효율’의 대명사로 꼽히던 디젤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으며, 그 빈자리를 과거 ‘영업용’이나 ‘택시 전용’으로 취급받던 액화석유가스(LPG)가 대신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대표 모델을 중심으로 LPG 라인업을 잇따라 추가하고 있다. 포터2, 그랜저, 그리고 이번 시승 차량인 스타리아가 대표적이다. 한동안 단점만 부각됐던 LPG는 기술 발전을 거치며 이제는 실용성과 경제성을 두루 갖춘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누구나 살 수 있는 LPG, 낮은 연료비로 경제성 확보
과거 LPG 차량은 장애인이나 택시 등 사업용에만 국한된 선택지였다. 일반인은 사실상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일반 소비자도 LPG 차량을 자유롭게 구매·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후 LPG 차량으로의 구조변경까지 가능해지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LPG는 여전히 휘발유나 디젤 대비 연비가 낮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초기 구매 비용과 연료비까지 고려하면 충분히 경제적인 선택지다. 예를 들어 시승한 스타리아 9인승 라운지 트림의 가격은 3208만원이다. 동일 트림 기준 디젤 모델은 3280만원, 하이브리드 모델은 3653만 원으로, 최대 45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연료비 차이도 두드러진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기준 5월 3일 LPG 리터당 평균 가격은 1088.31원이다. 85리터 탱크를 가득 채울 경우 9만2506원이 든다. 반면, 디젤의 리터당 평균가는 1506.76원으로, 동일 기준 주유 시 12만8074원이 필요하다. 연비가 다소 낮더라도 연료비에서 절감되는 금액이 이를 충분히 상쇄한다.
무엇보다도 LPG는 디젤 특유의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어 운전 피로도가 낮고, 실사용 만족도 역시 높다.
LPG 모델도 디자인 같아… 충전구 외 차이 없어
스타리아 LPG 모델은 외관 디자인에서 하이브리드나 디젤 모델과 거의 차이가 없다. 트림에 따라 일부 사양이 달라질 뿐이다. 시승차는 엔트리 트림으로, 전면부의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는 무광 플라스틱 마감으로 대체됐고, LED 큐브 헤드램프 대신 벌브형 램프가 적용됐다.
측면에서는 전형적인 MPV 디자인이 드러난다. 짧은 보닛과 누운 A필러, 직선형 루프라인은 넓은 실내 공간 확보에 유리하다. 특히 기존 스타렉스 대비 벨트라인을 낮춰 유리 면적이 넓어졌고, 이로 인해 실내 개방감이 한층 강화됐다. 디자인상 연료 방식의 차이는 외관상 거의 없으며, 유일하게 다른 점은 주유구를 열었을 때 보이는 LPG 충전구뿐이다.
후면은 직각 형태로 떨어지며, 양쪽 끝에 배치된 세로형 픽셀 테일램프가 인상적이다. 트렁크 개구부가 넓고 턱이 낮아짐에 따라 짐을 싣고 내리는 데도 수월함을 준다.
공간성은 만족, 기본 트림은 일부 아쉬움
스타리아의 실내는 탁 트인 시야와 넉넉한 공간감이 강점이다. 수평형 대시보드는 낮게 배치돼 전방 시야가 우수하며, 센터터널, 도어, 클러스터 주변 등 곳곳에 마련된 수납공간은 실용성을 더한다.
차체 크기 또한 동급 최고 수준이다. 전장 5255밀리미터(㎜), 전폭 1995㎜, 전고 2000㎜이며 휠베이스는 3275㎜에 달한다. 1열 시트를 뒤로 최대한 밀어도 2열 공간이 넉넉하며, 전고가 높아 어린이도 허리를 숙이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
다만, 시승차가 엔트리 트림이어서 일부 사양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디지털 클러스터에 주행 가능 거리가 표시되지 않는 점, 정면을 향한 센터 디스플레이가 운전 중 조작과 시인성 측면에서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V6 엔진의 여유…플래그십 세단급 주행 질감
스타리아 LPG 모델의 진가는 실제 주행에서 드러난다. 3.5리터(L) V6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돼 디젤과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제공한다. 최고출력은 240마력, 최대토크는 32킬로그램미터(㎏·m)로, 묵직하면서도 꾸준하게 속도를 끌어올리는 특성이 인상적이다. 특히 시속 80㎞에 이르기까지의 가속 감각은 대형 SUV나 플래그십 세단을 연상케 할 만큼 안정적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엔진 출력을 매끄럽게 전달한다. 시내 주행 등 정체 상황에서도 변속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변속 속도는 다소 여유로운 편이므로 급가속보다는 편안한 주행에 더 적합하다.
승차감 또한 한층 정제됐다. 스타렉스 시절과 달리, 스타리아는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채택해 2·3열 승차감을 크게 개선했다. 요철을 지날 때 충격이 부드럽게 걸러지며, 코너링 시에도 안정감이 돋보인다. 노면 소음이나 진동 차단 수준도 준수해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감이 적다.
현대차는 여전히 디젤 수요가 견조한 상황에서 과감하게 LPG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캐시카우(수익창출) 모델 라인업에 LPG를 도입한 건 매우 도전적인 선택이다. 과감한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스타리아 LPG 모델은 부드럽고 경제적이면서 상품성까지 높다. 투박하기만 했던 MPV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기 충분하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