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000 향하는데 IPO는 ‘반토막’… 대어들도 상장 철회 잇따라
||2026.06.04
||2026.06.04
코스피가 8000선을 넘어 9000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공개(IPO) 시장에는 칼바람이 불고 있다. 지수 상승 랠리에 올라타 자본을 확충하려는 움직임 대신, 몸값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바엔 때를 기다리거나 우회로를 찾겠다는 기업이 잇따르는 추세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엄격해진 중복 상장 규제와 높아진 투자자 눈높이가 맞물려 만들어낸 ‘역설적 한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 2일까지 스팩·리츠·코넥스를 제외한 순수 일반 신규 상장 기업 수는 14곳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34곳)과 비교하면 58.8% 급감한 수치다.
공모 금액도 지난해 대비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에는 LG씨엔에스(1조1994억원), 서울보증보험(1815억원) 등 굵직한 대어들을 필두로 총 34개 기업이 증시에 안착하며 약 2조12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반면 올해 상장한 일반 기업 14곳의 총 공모 금액은 약 9800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가량 축소됐다.
지난해에는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만 대형 우량주 4개사(LG씨엔에스, 서울보증보험, 달바글로벌, 씨케이솔루션)가 진입하며 발행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올해 코스피 신규 상장사는 금융 유니콘인 케이뱅크 단 1곳에 그쳤다. 나머지 13개사는 모두 코스닥 중소형주로 구성됐다.
IPO 시장이 얼어붙은 핵심 요인으로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중복 상장(물적 분할 후 상장)’ 제한 기조가 꼽힌다. 과거 모회사 주주 가치를 훼손해 논란이 일었던 쪼개기 상장에 대해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엄격한 심사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현재 기업이 중복 상장 특례를 인정받으려면 영업·경영 독립성과 투자자 보호 등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실제로 올해 초 LS그룹의 미국 계열사인 에식스솔루션즈가 중복 상장 논란과 시장의 우려를 의식해 상장 예비심사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IPO 추진 대신 재무적투자자(FI) 지분 매입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올리브영 역시 시장에서 IPO 외에 다양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과거 대어로 꼽혔던 HD현대로보틱스마저 IPO 작업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 신규 입성한 사실상 유일한 대형 IPO라는 점에서 케이뱅크의 행보는 시장의 큰 상징성을 지니고 있었다. 케이뱅크는 올해 3월 상장 첫날 장중 9880원까지 치솟으며 기대를 모았으나, 이후 주가는 줄곧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5500원대까지 밀려났다. 이는 확정 공모가(8300원)를 30% 이상 밑도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마저 상장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자, 장외 대기업과 유니콘 기업들의 고뇌가 한층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시장 변화에 몸값을 낮추고 싶어도 초기 투자자들이 반대하고, 제값을 받으려 해도 시장의 차가운 시선이 두려워 상장 일정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공모주에 대한 관심은 크게 늘어났지만 코스피 대어급 종목 부재에 따라 코스닥 중소형주로 수급이 집중되는 희소성 프리미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성장 섹터의 유니콘과 중소형 비상장 기업들의 상장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코스닥 IPO 시장 흥행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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