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30%에 경영까지… 선 넘은 현대차·기아 노조 [줌인IT]
||2026.05.07
||2026.05.07
회사를 향한 노조의 고강도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 요구안은 통상적인 임금 협상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임금 인상과 성과급 확대를 넘어 이익 배분 구조와 신기술 도입 과정까지 관여하려는 움직임은 기존 노사 관계의 틀 자체를 흔들 수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노조는 사측에 전년도 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를 공통으로 내걸었다. 역대 최대 실적에 걸맞은 성과 배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배분하라는 요구는 일반적인 성과급 체계를 넘어선다. 업계 안팎에서 노조 요구가 도를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노조 요구대로라면 현대차는 지난해 순이익 10조3648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할 때 약 3조1000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기본급 인상, 상여 확대, 정년 연장 요구까지 더해지면 인건비 부담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단순한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이 거둔 순이익은 주주 환원뿐 아니라 연구개발, 설비 투자, 미래 신사업을 위한 핵심 재원이다. 이를 사전에 일정 비율로 배분하는 구조가 굳어지면 기업의 투자 여력은 크게 제약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기술 고도화 경쟁에 직면한 상황에서 막대한 현금을 고정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것은 스스로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일과 다르지 않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반대 상황에서도 노조가 요구하는 이익 배분 논리는 유지될 수 있을까. 대내외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매년 성장을 이어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만약 경기 침체나 환율 급변, 판매 부진 등 피치 못할 이유로 회사가 순손실을 냈을 때 노조는 그 손실도 함께 감당할 것인가. 이익에 연동한 배분을 요구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 범위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익은 나누되 손실은 외면하는 방식이라면 지속 가능한 노사 관계라 보기 어렵다.
더 주목할 대목은 신기술·신기계 도입 과정에 대한 요구다. 노조는 사측이 신기술이나 신기계를 도입할 때 노조와 협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계획을 확정한 뒤 통보하는 수준이 아니라, 도입 이전 단계부터 노조가 관여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는 임금·복지 협상을 넘어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영향력 확대 요구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요구가 생산 자동화 기술과 맞물려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비용을 통제하고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익 배분을 확대하라고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생산성 개선 수단에 제동을 거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성과는 더 많이 나누자고 하면서, 정작 그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식까지 통제하려는 셈이다.
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성차 노조의 요구는 협력사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 여력 위축과 생산성 저하는 결국 경쟁력 약화로 연결된다. 나아가 기업들이 국내 생산보다 해외 생산 확대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성과를 나누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기업의 성과에는 임직원의 기여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성과 배분 방식이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흔들고, 미래 투자 여력까지 제약하는 수준에 이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의 요구는 임금 협상의 범위를 넘어 기업 운영의 균형 자체를 시험하고 있다.
노조의 권한이 확대될수록 더 필요한 것은 절제다. 이익을 요구하는 동시에 그 이익을 만들어내는 구조까지 좌우하려는 순간, 노사 관계의 균형은 무너진다. 지금 제기된 요구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냉정한 점검이 필요한 때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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