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韓 몰린다… 공급 과잉·관세 압박 속 ‘전략 시장’ 낙점

IT조선|허인학 기자|2025.12.06

중국 지리(Geely)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내년 상반기 한국 공식 진출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다. 중국 내수 시장 포화와 미국·유럽의 고율 관세 압박이 겹친 상황에서 한국이 사실상 ‘필수 확보 시장’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지커 전기 SUV 7X. / 지커
지커 전기 SUV 7X. / 지커

지커는 12월 2일 중국 항저우 본사에서 국내 딜러사 4곳(에이치모빌리티ZK·아이언EV·KCC모빌리티·ZK모빌리티)과 공식 딜러 계약을 체결했다. 지커가 한국 진출 계획을 외부에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계약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볼보 등 유럽 브랜드 판매 경험이 풍부한 딜러사들이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초기 시장 연착륙을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기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고객 네트워크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지커는 2026년 1분기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시장을 열고 판매에 돌입할 계획이다. 지커 코리아는 아우디코리아 사장을 지낸 임현기 대표가 이끌고 있다. 임 대표는 한국 수입차 업계 최초의 여성 법인 대표로, 20여년간 딜러 네트워크를 총괄해 온 인물이다. 초기 전략을 수립했던 김남호 전 대표는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났으며, 최근 BMW·포르쉐·로터스를 거친 권오상 매니저를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영입하는 등 조직 정비도 마무리 단계다.

(왼쪽부터)임현기 지커 코리아 대표, 제프 차오(Jeff Cao) 지커 동아시아 총괄, 천 위(Chen Yu) 지커 부사장, 알렉스 난(Alex Nan) 지리자동차 인터내셔널 CEO, 황호진 에이치모빌리티ZK 대표, 김민규 아이언EV 대표, 이상현 KCC모빌리티 대표, 장인우 ZK모빌리티 대표. / 지커 코리아
(왼쪽부터)임현기 지커 코리아 대표, 제프 차오(Jeff Cao) 지커 동아시아 총괄, 천 위(Chen Yu) 지커 부사장, 알렉스 난(Alex Nan) 지리자동차 인터내셔널 CEO, 황호진 에이치모빌리티ZK 대표, 김민규 아이언EV 대표, 이상현 KCC모빌리티 대표, 장인우 ZK모빌리티 대표. / 지커 코리아

지커의 한국 첫 출시 모델은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7X’가 유력하다. 패밀리 전기 SUV 시장을 겨냥한 전략 모델로,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5·EV6, 제네시스 GV70 일렉트리파이드, 테슬라 모델 Y, BYD 씨라이언 7 등과 정면 경쟁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커는 유럽에서도 프리미엄 전기 SUV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한 만큼, 한국에서도 일정 수준의 수요는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커가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중국 내수 시장의 급격한 둔화가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중국 자동차 산업의 역설, 내권(內卷)’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4년 중국 완성차 내수 판매는 2690만대에 그쳤다. 반면 생산능력은 5507만대에 달해, 수출을 고려하더라도 2000만대 이상 공급 과잉 상태로 분석됐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기준으로 한 중국 자동차 산업 평균 가동률은 2024년 72.2% 수준이었지만, 전체 등록 제조사의 실제 가동률은 50% 안팎으로 추정됐다. 일반적으로 가동률 75% 이하를 과잉설비로 본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조적 공급 과잉이 고착화됐다는 의미다.

수익성도 악화했다. 중국 내 전기차 제조사 130여곳 중 2024년 흑자를 기록한 업체는 BYD, 테슬라 차이나, 리오토(Li Auto), 지리(Geely) 등 4곳에 불과했다.

수출 환경도 악화일로다. 미국은 2024년 9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지난 10월부터 최대 45.3%의 반보조금 관세를 적용했다. 주요 공략 시장의 문이 사실상 닫힌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지커에게 전략적 의미가 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운송비 절감이 가능한 데다 충전 인프라도 충분해 적은 비용으로 내수 포화 문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앞서 진출한 BYD가 빠르게 판매 기반을 마련한 점도 지커의 한국 공략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올해 1월 국내 시장에 진입한 BYD는 11월 수입차 시장 5위에 오르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BYD는 올해 11월 1164대를 판매해 수입차 시장 5위를 기록했다. 1∼11월 누적 판매량은 4955대, 점유율은 1.78%다.

업계에서는 지커의 한국 상륙을 두고 “중국 전기차의 본격적인 한국 공략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시장 규모는 작지만 브랜드 파워가 시장 성패를 좌우하는 까다로운 곳”이라며 “지커의 성과는 중국 전기차의 한국 확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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