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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후발이냐 선도냐: 양자혁명에서 대한민국의 운명을 묻다

전자신문|전자신문|2025.06.13

홍대순 광운대 경영대학원장
홍대순 광운대 경영대학원장

지구촌이 인공지능(AI) 패권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 저비용·고성능 모델 '딥시크(DeepSeek)'는 글로벌 AI 생태계를 뒤흔들었고,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AI 후발주자인 대한민국은 뒤늦게 대규모 투자를 통해 추격에 나섰지만, 이 흐름은 낯익다.

늘 그래왔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기술 혁신이 세계를 강타하면, 우리는 뒤따라 'OO강국 비전'과 'OO조 원 투자' 등의 구호로 대응한다. 그렇게 추격하는 사이, 선도국은 이미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며 세계 시장을 선점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기술 따라잡기 국가'의 굴레에 머물러야 하는가.

이제는 '숙제하는 국가'가 아니라, '출제하는 국가'로 대전환해야 한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하게 만들려면, 우리가 먼저 미래를 읽고 질문을 던지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양자 혁명'이라는 결정적 변곡점 앞에 서 있다.

양자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은 인류의 문명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잠재력을 품고 있다. 기존 비트(bit) 단위 컴퓨터로 10억 년이 걸리는 계산을, 양자컴퓨터는 단 10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다. 큐비트(qubit)의 세계는 상상을 뛰어넘는 계산 속도만이 아니라, 기존의 암호 체계, 금융 알고리즘, 신약 개발, 기후 예측, 우주 탐사 등 거의 모든 산업과 과학의 틀을 다시 짜게 만드는 '문명의 재설계자'가 될 것이다.

단순한 기술 혁신이라기보다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문명사적 전환이다. 양자 기술은 '게임체인저'가 아니라 '게임리세터'라 불려야 마땅하다. 유엔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함께 현대물리학의 핵심 이론인 양자역학이 정립된 지 100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올해를 '세계 양자 과학기술의 해'로 정했다. 이 선언은 단지 학문적 기념이 아니라, 전 인류에게 '양자의 시대로 들어오라'는 초대장이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는 양자 기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2018년에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National Quantum Initiative)를 제정한 바 있다. 구글은 '윌로우' 양자 칩을,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요리나1', 아마존은 '오셀롯' 칩을 개발하며 본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유럽과 중국 역시 양자 위성, 양자암호통신, 큐비트 소자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큐비트 소자에 있어서는 초전도체, 광자, 중성원자 등 다양한 방식이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다. '고전-양자 하이브리드 컴퓨팅' 또한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를 뒤흔든 혁신적인 기술들이 그래왔듯이, 양자 기술 또한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있는 것이다. 양자 혁명 시대에 있어서만은 후발주자로 추격하는 운명이 아닌 양자 선도 국가로서 인류에게 새로운 문명을 선사하는 운명을 맞이하자.

홍대순 광운대 경영대학원장 hong.daesoon@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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